수출 잘 되는 데 경상적자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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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경상수지가 심상찮다. 3월 경상수지는 11개월 만에 가장 많은 적자를 냈다. 올 들어 3월까지 누적 적자폭도 15억2000만 달러에 달한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14억9000만 달러 적자로, 월간 기준으로 1월(4억3000만 달러 적자) 이후 올 들어 두 번째 적자를 냈다.

지난해 4월(16억1000만 달러 적자) 이후 11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수출은 호조를 이어가 상품수지는 흑자를 유지했지만 해외여행.유학이 늘어 서비스수지 적자가 계속된 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받은 배당금을 대거 해외로 송금하면서 소득수지마저 큰 폭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2월에 8억5000만 달러 흑자를 냈던 소득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게 컸다. 3월엔 국내 기업들의 결산이 몰려 있어 국내 기업에 투자한 해외 투자자들이 대규모 배당을 받은 뒤 이를 해외 송금한 금액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해외 배당 송금 때문에 소득수지는 20억9000만 달러 적자였다. 상품수지(무역수지)는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한 데 힘입어 2월보다 흑자 폭이 1억1000만 달러 늘어 총 25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자본수지는 최근 증시 활황과 외국인의 차입이 몰리면서 31억6000만 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외국인에 의한 장.단기 외화 차입은 지난 한 달 동안 81억 달러에 달해 지난해 5월(91억4000만 달러)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차입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주로 외국은행 국내지점이 차익 거래 등을 목적으로 단기 차입을 늘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경상적자가 위험수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정삼용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경상수지 적자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상품수지 흑자가 계속되면서 연간 20억 달러 흑자 목표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5년과 2006년에도 3, 4월에 대외배당 송금이 몰리면서 소득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하반기 들어 늘어난 상품수지가 이를 만회, 연간 수지가 계속 흑자를 기록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의 환율 하락세가 문제"라며 "환율이 계속 내리면 상품수지 흑자도 줄어 경상수지 흑자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경우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 된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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