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의미 없다" 발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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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사진) 통일부 장관은 25일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불 방식과 관련, "(사회주의) 공급체계로 돼 있는 북한 사회에서는 직접지불제가 가지는 의미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에서 "어떤 분들은 왜 직불제를 안 하느냐며 시비를 한다"며 "그러나 사회 구조가 안 바뀌면 임금 직불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은 북한 당국이 세금과 국가기여금 등으로 25%를 떼고 물품을 살 수 있는 쿠폰과 약간의 현금(북한화폐)으로 지급한다"며 "북한이 변형된 직불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성공단 임금 직불제는 현재처럼 북한 당국에 현금으로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 북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직접 건네주는 방식이다. 개성공단에는 북한 근로자 1만3000명이 일하며 1인당 평균 월급은 70달러 수준이다. 월 90만~100만 달러 정도가 북측 개성공단 관리기관에 전달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북핵 실험 이후 미국 등 국제사회가 개성공단 임금이 근로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자 직불제를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 때문에 이 장관의 발언이 임금직불제와 관련한 정부 입장의 변화를 예고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22일 끝난 남북경협추진위 13차 회의에서도 우리 대표단이 북한에 개성공단 임금 직접지불을 요구했었다는 점에서 이 장관 발언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그동안 북한에 직불제 요구를 해 왔는데 이를 정부 스스로 거둬들인 것으로 비판을 받을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서 이 장관은 아침식사로 제공된 곰탕(1만5000원)을 가리키며 "연간 대북 지원 액수는 약 4000억원 정도 되는데 우리 인구 4500만 명에 비춰 볼 때 1인당 1만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아침 식사비만도 못한 것을 도와주며 퍼 준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이 주지도 못하면서 퍼 준다고 얘기하면 받는 사람(북한을 의미)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종 기자

◆ 임금직불제=개성공단 내 남한 기업에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직접 주는 방식이다. 현재는 북한 당국에 북한 근로자의 임금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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