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아파트가 범죄 더 많다|형사 정책연 「공동 주택 범죄」 연구서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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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고층 아파트일수록 범죄로부터 안전하다』는 상식 (?)과는 달리 5층 내외의 중층 아파트에 비해 1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에 더 많은 범죄가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형사 정책 연구원이 1일 발표한 「공동 주택의 범죄 방어 공간 도입에 관한 연구」 (연구 책임자 도건효 한국 건설 기술 연구원 건축 연구 실장)에서 밝혀졌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저층 아파트일수록 외부로부터 침입이 쉽다는 단점이 있으나 ▲아파트 단지 입구로부터 건물까지의 거리가 가깝고 ▲불량배들이 모일 대형 공원이나 인공 녹지가 없는 데다 ▲건물간 거리가 가까워 감시가 수월하다는 것이다.
중·고층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둔촌동 아파트 1개 단지를 조사한 결과 5층 내외의 중층에서는 성범죄 및 폭력배들로부터 피해를 본 사례가 한 건도 없는 반면 10층 고층 아파트주민 20%가량이 각종 범죄 피해를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범죄의 유형으로는 자동차의 긁힘·훼손이 전체의 34%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배달물 도난 (24%) ▲자전거·오토바이 도난 (21%) 등 순으로 나타났다.
또 아파트 건물 내에서 주민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곳은 ▲옥상과 옥상 입구 ◆비상 계단 ▲계단 ▲엘리베이터의 순.
그러나 수상한 사람을 목격했을 경우 경찰이나 수위에게 연락하는 등 적극적인 아파트 주민의 비율은 48%에 불과, 신고 의식이 희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파트에서 범죄 방어 공간을 이용한 범죄 예방 방법을 소개해 본다.
▲건물 주변=아파트 입구 주변에 유아용 놀이터나 벤치를 설치, 주민들의 왕래가 빈번하도록 한다.
또 범인들이 숨을만한 공간이 없도록 건물을 배치한다.
▲엘리베이터와 비상 계단=출입자가 직접 수위 등의 눈에 띄도록 설계한다.
▲복도=복도형인 경우 I자형보다 L자형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옥상=옥상을 정원이나 빨래 건조장으로 꾸며 주민들이 자주 드나들도록 한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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