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까지 번진 음악교육 잡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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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학부모·대학교수 이심전심/중학부터 “부조리 연주”/레슨금지 발표뒤에도 버젓이 성행/말려야할 학교측이 되레 중개인역
예술계 중·고등학교의 음악실기과목 변칙운영은 음악계의 부조리가 학교정규수업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더구나 지난해 1월 서울대 음대입시부정사건에서 예능계 입시가 연줄·금력이 얽히고 설킨 복마전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 그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고 같은해 6월 서울대 음대교수들의 예술계 고등학교 개인레슨금지 발표가 있은 후에도 여전히 뿌리깊은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일선학교 교장들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실시해온 대학입시 위주교육을 포기하고 학교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예술계학교라고 해서 언제까지 「성역」으로 둘수 없다는 여론이 높다.
◇원인=예술학교의 음악과는 미술·무용과와는 달리 피아노·바이얼린 등의 기악·작곡·성악 등 전공이 다양해 전공실기의 경우 학교시설이나 교사확보가 어려워 학교자체 수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예술계학교 교장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실기수업은 대학교수나 강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학교측에서 출강을 요구할 경우 대부분의 교수들은 「시간이 없다」「교통이 불편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출강을 거절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수들의 출강기피는 수업이 학교라는 노출된 장소보다 자신의 개인사무실·집 등 은밀한 장소에서 이루어짐에 따라 처음부터 부정의 소지를 안게되는 것이다. 또 학부모 가운데는 대학입시 실기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선 힘있는(?) 교수와 연줄을 맺어두는게 유리하다는 계산에 이같은 수업형태를 선호하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문제 삼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학교로서는 실기담당교수의 「제몫차리기」와 학부모들의 그릇된 교육관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이들을 맺어주는 「중매인」 역할을 하게되는 셈이다.
◇실태=현재 예술계학교는 학생들에게 시간당 2만원꼴의 강사료를 받아 실기강사들에게 시간당 1만5천∼1만8천원의 강사료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정규강사료를 이미 지불했다고 해서 수업때 빈손으로 가는 학생은 없다.
교수가 노골적으로 일정금액의 봉투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학부모들의 경쟁심리가 작용,5만∼20만원까지의 웃돈을 따로주고 있다.
교수들끼리도 어느 한 교수가 자신보다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지면 자존심을 내세워 「나도 그만큼은 받아야 된다」며 봉투의 단가를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Y중 3년에 재학중인 딸의 실기수업에 같이갔던 학부모 김모씨(41·여·서울 청담동)는 『8만원이 든 봉투를 교수에게 건네줬으나 이를 확인하고는 「내가 이정도밖에 안되느냐」며 봉투를 되돌려줘 당혹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실기레슨비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자 지난 3월 예술계학교 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규강사료 1만8천원외에 학부모들의 「성의표시」는 고등학교 5만원,중학교 4만원으로 하기로 합의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
방현기 예원예술학교교장은 『실기레슨때문에 파생된 여러가지 문제점때문에 교수들에게 학교로 출강하도록 권하고 있으나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교수가 많아 어쩔수 없다』며 『예술학교의 교수레슨을 지양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실기교사의 양성이 시급하지만 재정형편상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정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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