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일구는 사제 한마음(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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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9일 오후 2시 성균관대 금잔디광장에서 장을병 총장,교수·교직원,학생 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족성대 중흥한마당」라는 이색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총학생회측이 강경대 1주기등 4·5월 「투쟁공간」속에 강경운동권노선 일변도에서 벗어나 재단없는 학교의 어려움이 공감하고 학교·교직원노조에 제안,열리게돼 의미를 더했다.
총학생회측은 1월에도 학교측의 등록금 19.6% 인상안을 그대로 따르는등 「학교 되살리기」에 한마음이 됐었다.
행사는 성대를 상징하고 있지만 그동안 집회등으로 「폐허」가 되다시피한 금잔디광장에 잔디를 심는 것으로 시작됐다.
『학생·교직원·교수가 하나가 돼 금잔디광장에 새풀을 돋게하기 위해 나선 것은 좌절의 늪에서 허덕이는 학교 되살리기운동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장 총장은 대회사에서 광장옆 계단에 모인 참석자들에게 『특히 학생들이 학교발전의 조타수가 돼 준것이 눈물겹도록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목 한그루를 정성스레 광장옆 잔디에 기념식수한 장 총장·조계원 총학생회장·교직원 등 1천여명은 본격적인 잔디옮겨심기에 들어갔다.
장 총장과 조총학생회장이 한조가 돼 한켠에 쌓아놓은 떼를 들것으로 열심히 날랐고 학생들은 과별로 모여 「대지」에 곡괭이와 삽으로 잔디터를 닦았다.
손이 빈 학생들은 잔디심기외에 단과대학별로 모여 과·단대 앞 청소작업을 벌였으며 또 총학생회측은 이날 문과대앞에서 학교발전기금마련을 위한 간이음식점을 설치,「재정난 메우기」에 나서는등 캠퍼스는 「학교사랑운동」 마음으로 가득 채워졌다.
두시간쯤 지난 오후 4시쯤 금잔디광장은 폐허에서 누런 옛날의 본모습을 되찾았고 참석자들은 「지신밟기」를 통해 학교발전을 기원했다.
『재단이 퇴진한뒤 실추된 것은 교육여건·환경이라기보다는 학교의 아픔을 체화하지 못한 우리들의 양심이었습니다. 앞으로 총장님을 구심점으로 「투쟁」 보다는 학교발전에 앞장서 나갈 생각입니다.』
머리띠 대신 구슬땀이 맺힌 총학생회장의 모습은 진통뿐인 4월의 캠퍼스에 핀 라일락처럼 신선해 보였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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