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여성근로자 절반이"직장 옮기고 싶다"|생산성본부 여성노동력 특성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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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비스업으로의 이직 등으로 날로 가중돼 가는 제조업의 여성노동력 부족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임금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 향상과 함께 여성 근로자에 대한 승진 기회 개방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생산성본부(회장 문희화)가 최근 발표한『여성노동력의 특성과 이동』보고서의 결론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업체인 대기업을 포함한 1백50개 제조업체 가운데 생산직 여성노동력의 부족을 호소한 업체는 54.6%, 적절하다는 업체는 36%에 불과했다. 특히 섬유·의복·가죽·신발 등 여성 고용률이 높은 업종에서는 조사대상업체의 91%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기능면에서 볼 때 부족한 여성노동력은 단순노무직이 43.3 %로 가장 높고 다음이 자격증 없는 기능인으로 22.0%를 차지했다.
조사대상 제조업체의 지난3년간 생산직 여성노동력 수급실적은89년 81.7%, 90년78.7%, 91년 61.8%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생산직 여성노동력의 구인난은 최근 들어 더욱 심해져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근로자의 상당수가 이직을 원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제조업여성근로자 5백37명 가운데 직장을 옮길 의사를 가지고 있는 이가 51.9%나 되고있다. 이런 현상은 연령이 낮고 학력이 높으며 현 직장에서의 근속기간이 짧은 이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직한다는 가정 하에 생산직여성근로자들이 취업하고자 하는 직종은 자영업(25.7%), 서비스업(21.6%)의 순. 서비스업종으로 직업을 전환할 경우 유통업(44.5%)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흥업으로 전업한 동료가 있느냐는 설문에 21.0%가 그렇다고 응답, 제조업에서 유흥업으로 인력이 빠져나간다는 소문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여성노동력이 생산직을 기피하는 것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생산직에 대한 낮은 인식도 ▲열악한 작업환경 때문. 업체들도 ▲개인사정 ▲임금격차 ▲업종전환 ▲힘든 일 ▲후생복지 미흡의 순으로 생산직 여성들의 이직 발생이유를 꼽고 있다.
따라서 생산직 여성노동력의장기 근속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임금을 인상하고 수당지급을 확대해야한다는 게 경영관리자들의 가장 공통적인 견해. 이와 함께 ▲회사분위기 개선 및 애사심 고취 ▲작업환경 개선 ▲결혼후 계속 근무보장 등이 이뤄져야한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이 같은 설문조사결과를 토대로 여성노동력부족현상에 대한 장·단기대책을 마련, ▲임금·근로시간등 기본적 근로조건향상 및 생산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여성 근로자 승진기회 개방을 통한 애사심 고취 ▲전환배치에 따른 교육강화를 통해 의욕 제고▲주부노동력의 활용을 위한 근로시간제도개발 등을 단기대책으로 내놓았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생산시설의 자동화 ▲노동집약적·저임금 업종에서도 고부가가치상품개발 유도▲사치성 서비스업의 팽창억제 및 정보·통신 등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등의 정책을 세울 것을 제시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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