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62) 한진해운 - 태평양은 안방 … 대서양은 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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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서울 여의도동 한진해운 본사에서 젊은 직원들이 모형 컨테이너선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박지혜·김소연·박철완· 박형욱·이수희·최요환씨. [사진=박종근 기자]

한진해운은 국내 최대의 해운회사다. 한 해에 1억t 이상의 화물을 컨테이너선 86척과 벌크선 57척으로 실어 나른다. 컨테이너선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8위 규모다. 아시아에서 미주로 가는 컨테이너 화물 운송 시장점유율은 세계 2위며, 유럽행은 세계 5위다. 월마트.나이키.필립스와 같은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주요 고객이다. 현재 자산과 매출액이 모두 6조원 안팎으로 '수송보국'이라는 경영이념 아래 바닷길을 개척한 지 30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

◆진정한 글로벌 기업=한진해운은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올리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 회사의 국제적인 면모는 독특한 조직 구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여의도동에 있는 본사 아래 아시아.미주.유럽 등 3개 지역본부를 뒀는데, 이 중 아시아본부 산하에 한국지점이 있다. 서울 소공동에 있는 한국지점은 일본.중국 지점과 '동급'인 셈이다. 60여 개국 230개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선박은 30개국 90개 항구에 기항한다.

인력 구성도 국제적이다. 전체 직원 3800여 명 중 50%인 1900여 명이 해외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이다. 전체의 25%인 970여 명은 배를 타는 해상근무 직원이다. 나머지 25%인 900명이 본사 소속 육상 근무 직원인데, 이들 중 17%(100명)는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 있다.

회사의 공식 언어는 영어다. 홍보팀 고정욱 차장은 "직원의 절반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공식 문서.지침.e-메일.소식지 등을 모두 영어로 쓰고 있다"며 "영어로만 하는 회의도 많다"고 말했다. 회사의 이 같은 글로벌 활동은 구직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입사 3년차인 물류운영팀 최요환(30)씨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서 수출역군의 역할을 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세계 각지에 있는 지점과 사무소에서 근무할 기회가 많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여성 입사자가 많은 해도=해운회사 하면 언뜻 거칠거나 남성적인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한진해운에는 의외로 여성 인재가 많이 몰린다. 본사 소속 육상 근무 직원의 25%가 여성이다. 여성 비율은 젊은 직원일수록 높다. 2004년과 2005년 입사자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3~4명씩 더 많은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경영기획팀 김아람(25)씨는 "대부분의 기업이 채용에서 남녀 비율에 차이를 두는데, 한진해운은 실력대로 입사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 구직자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용상 인재경영팀장은 "실제로 남녀 비율을 조정하지 않는다"며 "유능한 인재에 남녀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어카운트그룹 이수희(28) 대리는 "해운회사가 남성적이라는 것은 선입견일 뿐 실제 업무는 화물 영업부터 도착까지 꼼꼼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 여성들이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며 "고객사의 물류 담당자도 여성이 많다"고 말했다. 여성의 근무 여건도 좋다. 회사 관계자는 "육아휴직 등을 할 때 눈치를 보지 않는 분위기"라며 "기혼 여직원(약 100명)의 15%쯤이 1년 육아휴직을 했거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인재 원한다=신 팀장은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일하기 위해 어학 실력과 글로벌 감각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적 생각을 하는 인재를 찾는다"고 말했다. 영어는 기본이고 다른 외국어를 할 줄 알면 입사에 유리하다. 가산점을 주지는 않지만 일부 언어는 면접 기회를 주기 위해 서류 전형에서 배려한다. 중국어.베트남어 등을 중시한다. 2004년 중국어 특기자를 별도로 채용한 적도 있다. 서류전형에서는 학교 성적과 영어 점수 위주로 보며, 봉사 활동도 참조한다.

해운 업무는 화물 영업.예약.물류.운항.통관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특성 때문에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중시한다. 부서 간 또는 구성원 간 대화를 위해 대화활성화비와 조직활성화비가 별도로 책정돼 있기도 하다. 따라서 면접에서는 협동심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눈여겨본다.

입사 이후에도 직원들을 글로벌 전문가로 키우기 위해 여러 제도가 마련돼 있다. 사원 3년차부터 과장급까지 지역전문가에 지원할 수 있다. 지역전문가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거나 사업이 초기 단계인 지역에 6개월~1년간 파견된다. 언어.문화를 익히고 현지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사업 타당성 검토 등 각종 조사 활동을 한다. 최근 파견 지역은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파나마.슬로베니아.루마니아 등이다. 1~2년간 회사 지원으로 국내외에서 공부할 수 있는 직종별 전문가 과정도 운영한다.

박현영 기자

Q&A

Q: 채용 시기와 전형 과정은.

A: 하반기에 한 차례 신입사원 20명 안팎을 공채한다. 2005년 18명, 2006년 20명을 뽑았다. 4년제 대졸자로 전 학년 평균 B학점, 토익 800점 이상 받아야 지원할 수 있다. 필기시험 없이 서류심사→실무진 면접→임원 면접의 3단계를 거친다. 선상 근무자는 해양대 졸업자를 대상으로 하반기에 공채한다.

Q: 신입사원 연봉은.

A: 3000만원 안팎이다. 전 사원 연봉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업무 성과에 따라 동기 간에도 급여 차이가 있을 수 있다.

Q: 근무지와 근무 시간은.

A: 육상 직원은 서울 여의도동 본사와 소공동 한국지점, 부산시 중앙동 부산판매지점에 배치된다. 주5일 근무하며 공식 근무시간은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이다. 시차가 있는 해외와 연락하거나 선박 운항 스케줄과 직접 연관되는 부서는 탄력적 근무시간제를 이용한다.

Q: 신입사원 교육은.

A: 1월 입사해 한 달간 단체교육을 받은 뒤 부서에 배치된다. 해상운송 현장을 체험하고 해상 직원을 이해하기 위해 2박3일간 승선 교육을 한다. 부산에서 출발해 홍콩 또는 상하이까지 가서 현지 화물 터미널과 지점을 견학해 해운 물류의 전체 흐름을 파악하게 된다.

Q: 복리후생 제도는.

A: 원하는 데 쓸 수 있도록 직급에 따라 포인트를 제공한다. 휴가비.자기계발비.문화생활비.보육비 등으로 쓸 수 있다. 신용협동조합을 통해 주택자금을 대출받은 경우 발생하는 이자도 포인트로 대신할 수 있다. 개인 비용을 지출한 뒤 영수증을 제출하면 포인트를 차감한 뒤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신입사원은 연간 40만원어치 포인트를 받는다.

Q: 해외 근무 기회는 많나.

A: 60개국에 200여 개 지점과 사무소를 두고 있어 해외 근무 기회는 많은 편이다. 주재원은 업무 능력과 어학 실력 등을 두루 고려해 선발하며 보통 3~4년 근무한다. 해외 근무를 여러 번 하는 경우도 많다. 사원.대리급을 1년간 해외 지점에 보내 경험을 쌓게 하는 단기 파견제도도 있다.

신입사원

디카 사진 보며 면접 표정관리 연습

지난해 12월 입사한 김동건(26.사진)씨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5곳에 최종 합격하고 한진해운을 택했다. 그는 "세계를 무대로 하는 해운회사에서 꿈을 넓게 펼치고 싶었다"고 했다.

김씨는 대전외고와 고려대에서 스페인어와 스페인 문학을 전공했다. 대학 때는 칠레 가톨릭대(PUC)에서 1년간 교환학생 생활을 했다. 스페인어 중급 자격증도 땄다. 지난해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 일행이 방한했을 때 수행원단의 통역을 맡는 등 스페인어를 쓸 수 있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섰다. 학점은 4.5 만점에 3.98로 상위권을 지켰다. 그는 "취업 시장에서 비교적 불리한 비인기학과 출신이라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외국어 실력과 글로벌 체험을 컨셉트로 취업 전략을 짰다"고 말했다. 국제감각이 있는 인재를 중시하는 대기업 해외영업 부문과 물류 분야에 초점을 맞춰 일자리를 찾았다.

김씨는 입사 전형 과정 중 자기소개서에 가장 공을 들였다. 그는 "장황하게 늘어놓기보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파악해 핵심적인 것 한두 가지 위주로 짧지만 강렬한 글을 쓰는 게 요령"이라고 했다. 면접 당시 1분 발언 기회가 주어졌을 때는 "다양한 경험을 쌓은 '세계인'으로서 지구상 모든 것과 소통할 수 있는 글로벌 마인드를 가졌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정돈된 말투와 몸짓, 표정을 위해 수백 번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연습한 덕을 톡톡히 봤다.

1월 한국지점 유럽서비스팀에 첫 발령을 받아 한국에서 유럽으로 나가는 화물의 예약, 선하증권 발급, 세관 신고와 도착에 이르는 업무를 익히고 있다. 그는 "한 번의 실수라도 회사에 큰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며 "내 손을 거쳐 수백 개의 화물이 나간다고 생각하면 수출의 역군이라도 된 것처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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