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국 로체샤르·로체 남벽 원정대 <1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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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캠프2 구축에 실패했다. 엄홍길(47, 트렉스타) 대장은 지난 21일 대원 3명, 세르파 3명과 함께 캠프2 구축을 위해 등반에 나섰지만, 캠프2 예정지인 6800m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23일 오전 하산했다.

22일 오후 엄홍길 대장을 비롯해 변성호(37), 모상현(33), 이택건(25) 대원으로 꾸려진 등반팀은 캠프2 100m 못 미친 지점인 6700m까지 진출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6700m 지점에 도달한 시간은 오후 4시, 캠프 사이트를 구축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6800m 지점은 로체 남벽 대설사면의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 곳에 텐트를 치려면 한참 동안이나 빙설을 깍아 캠프사이트를 마련해야만 한다.

체력도 문제였다. 로체 남벽에 자리한 설사면을 오르느라 예상 외로 체력을 많이 소진했다. 설사면은 표고차 약 700m 걸쳐 자리잡고 있는데, 로체 남벽과 로체샤르 남벽에 도전하는 이번 원정에서는 비교적 쉬운 구간으로 알려져 왔다. 오직 눈으로 뒤덮혀 있어 암벽 등반보다는 더 수월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사면의 길이가 워낙 길어 실제로 등반에 임한 대원들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원정대가 캠프1(5900m)을 구축한 지 20일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베이스캠프에는 연일 눈이 내리고, 등반 루트 상에서는 눈사태가 단 하루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엄 대장은 지난 21일 필사의 각오로 직접 루트 개척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때문에 베이스캠프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5월 중순 네팔에 몬순 기후가 엄습하면, 더 이상 등반을 계속할 수 없다. 이제 남은 등반 기간은 넉넉잡고 20일, 시간이 많지 않다. 24일에는 홍성택(40) 등반대장을 포함한 신동민(33), 배영록(33) 대원이 '머나먼 캠프2'를 구축하기 위해 다시 등반에 오른다.

한편 23일은 지난 2000년 엄홍길 대장과 함께 칸첸중가를 오르다 사고를 당한 다와 타망의 기일이었다. 이날 오전 베이스캠프에 내려온 엄홍길 대장은 배낭을 벗어놓기가 무섭게 라마제단에서 제상을 차려놓고 다와의 명복을 빌었다.

로체 베이스캠프(네팔, 5220m)=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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