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은 오해… 「모양」이 중요” 청와대/민자 4자회동 하던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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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대표 “청와대 주례회동 중단”/김종필­박태준 위원 단독 요담 눈길
○…청와대는 민자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외압을 넣고 있는 것으로 비치고 있는데 대해 무척 곤혹스러워 하며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부쩍 노력하고 있다.
청와대측의 이같은 판단은 경선의 판세가 비교적 안정속에 가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며 이 단계에서는 경선의 모양새를 그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청와대 일각에서는 너무 일찍 판세가 고정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말을 하고 있다.
따라서 노태우 대통령은 22일 박태준 최고위원의 자유행동을 흔쾌히 수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러한 상황 분석에 따라 23일 노대통령과 김영삼 대표최고위원과의 주례회동을 세 최고위원 모두가 자리하는 4자회동으로 확대시켰는데 지금으로서는 당이 합친 모습을 보이는게 가장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이날 회동에서 노대통령은 경선이 원만하게 치러져 당과 후보의 이미지를 고양시킬 수 있도록 잘 이끌어 달라는 당부외에 다른 특별한 얘기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고위관계자는 『민자당의 대의원들은 기본적으로 정권재창출의 큰 구도를 이탈하지 않을 것이며 경선도 정도이상 과열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고 『청와대는 예선보다 본선레이스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민자당의 김영삼 대표는 내주부터 청와대 단독 주례회동을 일단 중단할 것이라고 신경식 비서실장을 통해 발표,「공정게임」을 위해 애쓰고 있음을 부각시키고 있다.
신실장은 이날 아침 기자실에 내려와 『전당대회가 끝날때까지 지난 2년반동안 계속해오던 청와대 주례보고를 일단 중단해달라고 김대표가 23일 노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이라며 『이는 청와대 주례회동이 일부의 오해로 축제분위기에 걸림돌이 될지 모른다는 판단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실장은 『경선의 공정한 분위기를 위해 김대표가 용단을 내렸다』며 『청와대도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표의 청와대 주례 독대는 이종찬 의원 진영에서 요구하는 김대표의 「대표직 직무정지」중 핵심사항인데 김대표의 결정배경을 놓고 설왕설래.
이의원 진영에선 22일 박최고위원이 노대통령에게 주례회동 문제를 건의했기 때문에 23일부터 주례독대가 4자회동으로 대체·조정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한 중진의원은 『신실장의 발표는 주례회동의 중지과정을 오도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
○…22일 노대통령과 청와대 회동을 마친 이후 이종찬 의원에 대한 적극 지지를 확인한 박태준 최고위원이 23일 김종필 최고위원과 단독요담을 가져 관심.
이날 회동은 박최고위원측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는데 김·박 양최고위원측은 『오늘 청와대 4자회동에 앞서 그간의 사정을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 그러나 박최고위원 비서실장인 최재욱 의원은 『박최고위원은 경선이 경선답게 치러지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하며 외압이니 서명이니 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 청와대 등 외부기관 개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이 전달됐음을 시사.
박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북아현동 자택에서 이종찬 의원,서정화·이동진 의원 등과 별도로 만나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는데 한 참석자는 『박최고위원은 7인중진협의 결론에 따라 이종찬 의원을 지지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어떤 상황변화에도 입장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김현일·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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