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벗고 나선 박태준 위원/이종찬 진영에 “단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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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인협 주재하며 대추격 앞장/“시간이 지나면 손뺄 것” 관측도
초반 열세로 민자당 대통령 후보경선에서 고민중이던 이종찬 의원 진영이 박태준 최고위원의 가세로 전열을 재정비해 가고 있다.
김대표측이 대규모 추대위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때라 박최고위원이 누차 다짐한대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이의원지지에 앞장설지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이의원측은 그의 가세를 『대부가 돌아왔다』고 반색하고 있는데 반해 김대표 진영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기 어려운 처지에서 원론적인 얘기를 했을뿐 며칠 지나면 수그러들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최고위원은 22일 낮 청와대 회동에서 노대통령에게 후보단일화 과정을 설명하고 『7인협 결의대로 이의원을 돕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측근은 『그는 선거운동방법의 부실성도 거론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손주환 정무수석은 『노대통령은 박최고위원에게 조정자역할을 맡아달라고 했다』고 발표했는데 이 말을 들은 박최고위원은 「조정자=중립」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손수석에게 불쾌감을 표시하고 해명을 요구했다.
박최고위원은 이어 7인협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의원대책본부의 초반실책을 지적하고 대책기구,시·도책의 인선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K·A씨등 몇몇 중도파의원을 직접 거명하며 『다시 챙기라』고 당부했다.
박최고위원의 이같은 「작업복 지휘」가 과연 광양구상의 핵심인지,그의 적극개입 한계는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이의원 진영은 온통 긍정적 해석으로 감싸여있다.
측근들에 따르면 그는 광양에서 자신의 출마포기 파동과 외압설에 대한 심경을 정리했으며 이상하 의원,조기상·조남조 위원장등 전남·북 위원장 10여명을 만나 연대를 재확인했다고 한다.
그를 만난 사람들은 작업복을 입고 이의원을 위해 뛰겠다는 결의에 변함이 없더라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이의원 진영은 박최고위원이란 깃발을 계속 나부끼게 하면서 대추격전을 벌이겠다는 기세다.
7인협회의선 이한동 의원도 청와대에 불려가 노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두고 이의원측은 김대표측에서 주장하는 청와대가 김대표쪽으로 대세를 몰아가고 있다고 하는 것이 허구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청와대를 다녀온뒤 이한동 의원이 비로소 이의원 진영의 고문직을 맡고 경기지역의 세몰이에 일조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의원측은 이틀간격으로 박최고위원이 중앙대책회의를 주재할 뿐만 아니라 그가 김대표쪽으로 넘어갔다는 중도파 위원장들을 조용히 설득하면 어느정도 열세를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렇게 해서 세가 비등해지면 김종필 최고위원의 마음도 잡아 당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한동 의원은 물론 박최고위원조차 시간이 지나면 「경선을 있게 하는」 제한적 역할을 끝내고 이종찬 의원으로부터 손을 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계와 민정계내 신민주계는 박최고위원의 출마포기와 이의원 지지는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즉 박최고위원이 출마를 포기할 정도라면 「엄청난」 사정이 있는 것이며 그런 사연이 변치않는 한 노대통령의 뜻을 거스리면서까지 이의원을 도울 수는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신민주계의 핵심인사는 『박최고위원이 끝까지 「작업복 지휘」를 한다면 그것은 바로 노대통령에 대한 항명이 되니 며칠 모양새만 갗춘 다음엔 중립쪽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른 인사는 『박최고위원으로서는 7인협 결의를 주도했던 입장이니 이를 지키는 정치적 제스처가 필요하다』며 『제스처는 제스처일 뿐 속마음은 다르다』고 분석했다.
신민주계에서 기획을 맡고 있는 이치호 의원은 『박최고위원의 태도로 이의원 진영이 재정비되는 모양새가 나타났지만 하루이틀 지나면 조정자의 의미가 드러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중진은 『23일 오후 청와대 4자회동을 보면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시각에 대해 이의원 진영과 7인협은 『박최고위원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반박한다.
7인협의 한 중진은 『지금 박최고위원은 국가경영 능력상 김대표가 후보가 돼서는 안된다는 확신과 자신의 꿈이 좌절되고 자기계보원이 YS캠프로 이탈해간 현실에 극단적인 거부감과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출마포기와 이의원 지원은 별개이며 상황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의 마음이 더욱 이의원쪽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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