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본격진출 디딤돌/한­베트남 연락대표부 설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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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늘어나는 교역… 수교필요성 “일치”/캄보디아·라오스 관계개선 기대
우리나라와 베트남이 연락대표부를 설치,사실상의 공식적인 정부관계를 갖게된 것은 베트남의 개혁·개방정책과 이에 따른 양국간 경제협력 필요성 등이 맞아 떨어져 이루어진 것으로 본격적인 인도차이나 진출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75년 4월30일 베트남전쟁이 끝난후 10여년간 양국관계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베트남은 쿠바 등과 함께 비수교 적성국으로 분류돼 있었다.
그러나 86년 12월 베트남이 소위 「도이 모이」라는 대외개방·경제개혁정책을 선언하고,우리도 7·7선언(88년)을 함에 따라 양국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이게 됐다.
우리 기업인들의 대베트남교역이 시작된 것을 비롯,문화·학술·체육등 민간차원의 교류가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교역량을 보면 88년 7천6백만달러이던 것이 90년 1억4천만달러로 2년만에 두배가 됐다.
특히 91년도에는 5천여명의 기업인이 베트남을 방문했고,교역량은 2억4천만달러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양국간 수교필요성이 높아지게 됐다.
아울러 미­베트남간 관계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눈에 띄게 개선된 것도 한­베트남 관계정상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
미국은 그동안 우리 정부에 베트남전 당시 실종미군(MIA)과 전쟁포로(POW)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기전까지는 대베트남 관계정상화를 유보하도록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미국과 베트남은 지난해 4월 MIA와 POW문제를 협의할 임시사무소를 하노이에 설치키로 합의하는등 양국관계를 개선해오다 작년 10월 캄보디아 평화협정체결을 계기로 거의 수교단계에 와 있다.
이처럼 양국간 인적·물적교류가 증대되고,수교를 위한 국제적 여건이 호전된 것을 토대로 양국은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수교교섭을 벌여 이번에 우선 연락대표부 수준에서 양국관계를 정상화시키기로 합의한 것이다.
양국은 앞으로 연락대표부개설을 계기로 다각적인 교류를 확대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양국간에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분야가 많아 활발한 교류·협력사업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베트남은 통일후 미국의 철저한 봉쇄정책,소련등 동유럽의 붕괴 등으로 경제가 빈사상태에 빠져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백10달러에 불과한데다 물자부족·고인플레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현재 외국의 자본 및 기술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다.
우리로서도 베트남은 경제적으로 「매력있는」국가로 등장하고 있다는게 외무부당국자의 설명이다.
베트남은 석유가 생산되는등 자원이 풍부하고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어 현재의 우리 경제상황을 감안할때 경제협력의 파트너로 유망한 국가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양국간 경제협력의 양상이 주목되는데 그동안 이곳에 터를 닦아 놓은 일본등 선발국가와의 경쟁이 큰 과제다.
이번 베트남과의 관계정상화는 경제적 측면과 아울러 외교적인 측면에서도 의의가 있다.
베트남을 비롯한 인근 캄보디아·라오스가 친북한국가로서 그동안 우리의 외교영역이 미치지 못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 캄보디아·라오스와의 관계정상화를 추진할 예정인데,남북합의서 채택후 남북간의 화해양상이 이 지역진출에도 상당한 뒷받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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