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치료성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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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암으로 진단 받는 것을「청천벽력」 「시한부인생」 「사형선고」등 상당치 극단적인 용어로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정례적인 신체검사에서 우연히 암으로 진단 받게 되거나 단순한 소화불량 또는 기관지염 정도로 생각하고 진찰을 받았다가 암으로 판명되었다면 일단은 청전벽력과 같은 소식이 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꼭 사형선고 또는 시한부 인생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면 잘못인 경우도 많다.
얼마 전까지 미국 대통령후보가 되기 위해 애쓰던 송거스 의원이 과거 임파종으로 진단돼 치료받은 일이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암의 진단을 바로 사형선고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암으로 진단 받은 후 5년 이상 생존해 있는 비율이 갑상선 암93%, 피부암81%, 유방암77% , 전립선 암74% 등이고 모든 종류의 암을 합하여 생각할 때 51%가 5년 이상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것으로 추측된다.
이같이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해 있는 사람중 상당수는 앞으로 더 이상 암이 재발하지 않는 완치상태에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비해 암의 치료성적이 훨씬 더 좋은 것은 그전보다 치료법이 그만큼 발전되었고, 또 조기에 진단되는 환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치료법이 발전돼 암으로 진단 받더라고 장기간 생존하거나 완치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암으로 진단되면 우선 환자에게 비밀로 해온 관습도 점차 바꿔 나가야 할 것이며 환자의 입장에서도 암의 진단은 사형선고라는 식으로 무조건 비관하는 태도를 갖지 않아야 할 것이다.
또 필요한 경우 환자에게 신속하게 알려주고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 환자의 협력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때도 많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과거의 작은 경험만 생각하고 최근의 치료성적은 알지도 못하면서 주위사람에 대해 암이란 것은 다 그런 것이다라는 식의 무책임한 조언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막힌 식이요법, 신통한 비방 등 때문에 현대의학의 혜택으로 좋아질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경우는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정철 교수<서울대 의대·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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