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아픔」 실감연기로 극일 도움됐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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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탤런트 변영훈 씨(30)는 일왕저격기도 장면 하나로 일약 유명 연기자가 됐다.
변씨는 요즘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MBC-TV드라마 『분노의 왕국』에서 주인공 이하연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주연으로 나오는 작품이 초반부터 집중조명을 받자 내심 놀라는 눈치다.
『이 드라마와 저에 대한 주변의 관심은 크지만 밖에서 생각하는 만큼 실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기에 몰두하다 보니 크게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얘기죠. 그렇지만 왕족이란 배역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다시금 민족을 생각하는 계기가 된 때문인지 드라마를 찍을 때마다 재삼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그는 신인에서 갓 벗어날 즈음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제작진의 얘기를 발리자면 변씨의 이미지가 극중에서 필요한 왕족의 풍모에 어울렸기 때문이다. 고뇌하는 주역으로 뽑히는데 평소 그가 간직해온 「가라앉은」연기 분위기도 한 몫 했다.
『연출자의 기대대로 맡은 역을 야무지게 소화해낼지는 의문』이라는 변씨. 그러나 크게 욕심부리기보다 한 장면 한 장면 찍을 때마다 심혈을 쏟겠단다. 그러면서도 무게가 실린 이 배역이 자신의 두 어깨를 은근치 짓눌러옴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가 분석한 자신의 극중 역항은 이렇다.『조선왕조의 마지막 왕에게 적자가 있었다는 가설이 이 드라마에 설정돼 있습니다. 왕조의 몰락으로 그 가족의 삶은 처절했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시대적 상황과 함께 생각해 보자는 거죠. 이런 상징적인 역함을 마지막 왕의 손자인 주인공이 맡은 겁니다.』
때문에 시대의 아픔을 얼마나 실감 있게 표현하느냐에 자신의 연기중심을 두고 싶다고 변씨는 말한다.
그래야 보는 이들이 극중인물을 통해 극일이라는 대리 만족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변씨는 89년 상지대 과학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그해 6월 KBS 13기로 방송에 입문, KBS-l TV 『울 밑에 선 봉선화』등에 출연했다. 학창시절의 전공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연기는 늘 해보고 싶었던 분야라 관심이 있었습니다. 학창시절연극무대에 설 기회는 없었지만 일단 연기자가 되면 잘 해낼 것이란 자신감은 있었어요.』
성실한 연기가 그의 장점이라면 너무 가라앉은 연기가 그의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이 점을 자신만의 연기색깔로 간직하고 싶어한다. 어쨌든 이 같은 고집이 지금의 배역을 맡게된 행운( ? )으로 연결됐다고 볼 수도 있다. 조금은 뒤늦게 눈길을 끌고 있지만 지켜 볼만한 연기자다.<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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