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옮기는 병원 방치할 것인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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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병원을 찾아간 환자나 보호자가 병원 자체의 불비한 위생상태 때문에 새로운 질병에 감염되는 사례가 예상 외로 많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위생과 청결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종합병원에서 조차 환자진료에 쓰이는 의료기기와 용기의 위생관리가 철저하지 못하고 환자의 적출물이나 세탁물의 처리가 허술하여 제2,제3의 감염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우려로 그치지 않고 일부 종합병원에서 적게는 매달 20∼30명에서 많은 경우는 1백∼2백명씩이나 내부 감염건수가 집계되고 있다. 이는 병원 자체의 위생관리 뿐만 아니라 감독관청의 감시행정마저 엉망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대형종합병원의 위생상태가 그렇다면 여타 개인의원과 영세민을 상대로 하는 공립의료기관들의 위생실태가 어떠리라는 것은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난 2월 전국 병원 노동조합연맹의 조사결과를 보면 그렇게 된데는 몇가지 원인이 있다. 대부분의 병원이 환자의 세탁물을 질병의 전염성 여부에 따라 분리해서 관리하지 않고 있으며,병실도 전염성환자 병실과 일반병실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환부에 붙였던 거즈를 재생하여 다시 쓰는가 하면 환자의 적출물을 소각하지 않고 일반쓰레기 처럼 폐기처분 하고,폐수나 검사시액도 그냥 하수구에 방류해 버리는 현실이다.
의료기관이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기에 환경의 청결과 위생의 철저를 가장 기초적인 조건으로 출발하는 것이다. 그것이 질병의 치유뿐 아니라 또 다른 전염의 예방에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기관이 청결과 위생을 외면하면서 환자의 양적 확보나 의료기관 경영의 수지타산에만 집착한다면 이는 이미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인술」로서의 사명감을 저버린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병원이 진료가 아니라 오히려 다른 질병의 감염원 노릇을 한다면 「병주고 약준다」는 지탄을 면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물론 병원관계자들이 의도적으로 그런 위험을 방치했다고 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의료인들이 사회적 역할과 사명감을 의식했다면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 대형 종합병원은 특히 좀더 환경과 위생의 관리에 정성을 기울여 여타 의료기관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정부 또한 의료기관 자율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감염관리 규정이나 의료폐기물 관리규정을 좀더 강화하여 규제와 감시기능을 보완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겠다.
앞으로 더욱 높아질 의료수요에 비추어 의료기관의 수용태세와 정부의 감독기능 또한 그에 걸맞게 개선,강화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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