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야의 「부패」­「노망」 공방/정순균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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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장석화 대변인은 13일 국민당 정주영 대표를 가리켜 『사리를 분간 못하는 노망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정대표는 「부패한 야당이 부패한 여당과 공존하는 정치행태」「부패한 야당이 부패한 여당과 만나는 것」 등 말끝마다 민자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장대변인의 「노망」발언은 정대표의 「부패한 야당」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서로 상대에 대해 얼굴생채기 내기에 여념이 없다.
정치인들의 말은 고도의 절제와 함축성을 지녀야 한다. 자기주장을 설득력있게 상대방에게 펼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한 생산적인 정치활동을 위해서다.
그런데도 우리의 정치판은 예나 지금이나 이같은 저급한 말에 의한 폭력이 난무하고 상대방에 대한 상처내기로 반사이득을 얻으려는 악습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
정치인끼리 「부패」「노망」을 말하지 않아도 알만한 국민들은 각기 속짐작이 있다.
정치가 혐오를 벗고 신뢰를 회복하자면 지금 정당과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줄 수 있는 말만 골라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하물며 시정잡배간에 오갈 수 있는 원색적 비난이 난무한데서야 그 반대급부가 어떠하겠는가.
민주당과 국민당은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들이 선택한 다당제구도하의 야당 동반자다.
그들에게는 선의의 경쟁속에 야당으로서 협조할 것은 협조하며 국익과 우리의 정치발전을 도모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대변해야할 책무가 주어져 있다. 정말 언제까지 소모성의 비방전으로 국민들을 피곤하게 할지 묻고 싶다.
14대 국회개원이 불과 1개월여 앞으로 다가왔고 야당이 얼굴을 맞대고 해결해야할 정치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하루빨리 이성을 되찾아 상대방 생채기내기의 비방전 보다는 보다 생산적인 정치활동에 진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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