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각 총사퇴/정부­의회 극한대립 양상/옐친 수리보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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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모스크바 시정부도 동조사퇴
【모스크바 AP·이타르­타스=연합】 경제개혁을 둘러싼 러시아 정부·의회간 마찰이 한때 타협의 실마리를 잡는듯 했으나 내각이 13일 끝내 총사퇴서를 공식 제출하고 의회가 이를 일축하는 강경태도를 고수,러시아 정치위기가 또다시 고조되기 시작했다.
인민대의원대회에서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보수파는 내각의 총사퇴서 제출을 「허풍」일 뿐이라고 일축했으며,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의장도 이날 원색적인 발언으로 각료들을 비난,각료들이 회의장에서 퇴장함으로써 정부와 의회간의 극한 대립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총사퇴서 수리를 일단 보류하고 있으며 현정부가 바뀔 경우 서방의 지원이 끊길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높아져 협상을 통해 이번의 정치적 위기가 해소될 가능성도 여전히 기대되고 있다.
예고르 가이다르 부총리는 이날 인민대의원대회가 속개되기 수시간전 기자회견을 갖고 옐친 대통령에게 『내각 총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하고 『인민대의원 대회가 통과시킨 결정들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옐친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인민대의원대회 폐막전까지 사퇴서 수리를 보류하는 한편 각료들이 그때까지 정상 집무토록 지시했다고 가이다르 부총리는 말했다.
내각 총사퇴서 제출과 때를 같이해 모스크바시 정부도 동조사퇴결정을 전격 발표했다.
지난 6일 개막된 인민대의원대회는 오는 18일 폐막될 예정이다. 옐친 대통령은 인민대의원대회에 참석하지 않는등 이날 공석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스불라토프 의장은 인민대의원대회 연설에서 내각 총사퇴서 제출과 관련,각료들이 『길 잃은 어린애 마냥 허둥거리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내각 총사퇴서 제출은 인민대의원대회가 지난 11일 옐친 대통령에게 부여해온 비상대권을 조기 회수키로 결정한데 대한 반발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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