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니아공 CIS와 농구 대결로 떠들 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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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해 소련 연방에서 독립한 리투아니아가 오는 6월26일부터 스페인에서 벌어지는 바르셀로나 여름올림픽 (7월25일∼8월9일)농구 유럽지역 예선전에서 독립국가연합 (CIS)과의 대결을 앞두고 나라 전체가 흥분 속에 떠들썩하다.
수백 명의 농구 팬들은 CIS와의 경기를 보기 위해 자신들 월급의 10배에 해당하는 무려 1천 달러를 기꺼이 투자, 스페인으로 몰려갈 태세이며 화제는 벌써부터 농구 얘기뿐이다.
CIS의 전신인 옛 소련은 88서울올림픽 남자농구 우승을 차지한 전통의 농구 강국.
그러나 리투아니아 출신들은 88올림픽 당시 4명이나 대표팀에 소속될 만큼 소련 농구에서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해 리투아니아의 독립은 CIS에 치명타를 주고 있다.
리투아니아 선수들은 한발 더 나아가 40년 전 모국을 합병한 옛 소련의 뿌리를 잇는 CIS를 꺾는 것이 국제적으로 독립을 확인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여기면서 결전의 날만 기다리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지난38, 39년 유럽농구선수권 2연패를 차지하며 위세를 떨쳤으나 4O년 러시아에 합병된 뒤 50년 동안 우수선수를 양성, 소련대표 팀에 공급해오는 처지로 전락했다.
한편 대회가 다가오면서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는 선수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는데 88금메달의 주역이며 현재 미 프로농구 (NBA)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활약중인 마르시우리오니스와 스페인에서 뛰고있는 사보니스 등이 주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투아니아의 고민은 이들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시간이 짧다는 것.
또 레오 로틴(캐나다), 척 알렉시나스(미국) 등 두 명의 스타플레이어의 이중국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넘어야할 난관이다.
76년 시라큐스 대를 졸업한 뒤 NBA드래프트 1번으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 입단한 로틴은 78년부터 캐나다대표선수로 활약하고 있고, 알렉시나스는 코네티컷 대학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리투아니아 팀이 꼭 필요로 하는 선수.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상 국적이 바뀌면 그 나라 국민이 된지 3년이 지나야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데 리투아니아는 독립한지 1년이 채 안돼 문제가 되고 있다.
과연 50년 동안의 공백을 메우고 리투아니아가 세계 농구무대에서 다시 전과 같은 뛰어난 성적을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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