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구조물 졸속 땐 후유증 심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서울의 극심한 인구집중·과밀현상, 교통난 등에 대한 대책으로 지하철확대·지하차도건설 등 지하공간 이용에 대한필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 동경 도와 캐나다 몬트리올시의 도시계획 관계자가 참여한 지하공간이용 세미나가 서울시 주최로 10일 열려 주목을 끌었다.
동경 도는 서울시와 비슷한 도시조건에서 지난 86년 지하도시건설계획에 착수, 90년 지하도시고속도로 건설계획을 수립한 상태며 몬트리올 시는 이미 30년 전부터 지하철과 연계된 지하도시건설을 시작, 세계에서 가장 완벽하게 지하이용을 하는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양도시의 관계자들은 지하시설이 영구구조물인 만큼 미래를 내다본 장기적인 계획아래 추진되지 않으면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양 도시관계자의 강연요지.
▲오카모토 동경도 도시계획국장=동경시가지의 확대에 따라 도로가 꾸준히 건설돼왔으나 방사선형태로만 발달한 나머지 70년대부터 극심한 교통정체가 유발됐다.
이에 따라 도심에서 7∼8km범위를 일주하는 중앙환상고속도로(총 길이 46km)공사에 착수, 87년 동쪽 20km구간을 완공하고 북측구간 6km도 건설중이다.
그러나 이들 도로가 모두 고가형태여서 최근 수년 전부터 소음·공해·도시미관저해를 내세운 시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서쪽 10km를 지하로 건설키로 하고 현재보상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하도로의 설계는 환기와 안전문제에 중점을 둬 환 기구·비상대피 구를 다소 넓게 책정했으며 터널 내 정체를 막기 위한 교통관제시스템도 구축 중에 있다.
그러나 지하도로건설은 철도·주차·지하상가 등기타 지하시설과의 연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동경도는 86년부터 도시전체 지하이용에 관한 기본방향수립을 위해 5년간 용역 조사를 벌였으며 그 결과 지하시설물종류의 배치 원칙, 지하이용계획지구 선정작업을 끝마칠 수 있었다.
▲변진 박 몬트리올 시 도시계획연구관=겨울철 평균기온 영하30도, 적설량 25mm라는 기후조건 때문에 50년대부터 지하개발이 계속돼 현재 지하시설물의 총 길이가 29kg, 면적이 3백70만 평방m에 이르며 도시중심 가의 75%가 지하로 모두 연결돼 있다.
대부분의 건물이 지하3∼4층에서 서로 연결돼 대형 지하상가를 이루며 그 밑에는 지하철·지하주차장이 들어서 효율적인 지하도시가 완성된 단계다.
이같이 지하이용이 가능했던 것은 몬트리올 시내에 미개발지가 많이 있었던 탓도 있지만 60년 전후 지하철건설당시향후 지하도시조성을 염두에 둬 지하철노선마다 충분한 보행자통로·연결대비공간 등을 마련해놓았기에 가능했다.
또 지하철이 지나는 지상구간 토지를 일반인에게 장기 임대해주고 건물 용적률도 높여 민간참여를 유발시키되 지하철과의 연계를 의무화시키고 건축방법도 각종단서를 달아 효율적인 개발이 이뤄지도록 한 정책도 큰 효과를 보았다. 즉 경제성·공공성을 교묘히 결합시켜 손쉽게 지하개발을 이룬 셈이다.
이처럼 시행착오 없는 개발을 위해선 지하철하나를 파더라도 장래를 생각한 선견지명이 필수적이며 서울도 장차 본격적으로 대두될「지하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 현재의 지하철·지하차도 건설에 좀더 폭넓은 시각을 갖춰야 할 것이다.<이효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