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대회 싹이 노랗다(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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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0일 오전 민자당 서울 중구지구당 개편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신당1동 도로교통안전협회 대강당.
『장기홍 현위원장님을 새 위원장으로 추대하오니 박수로써 동의를 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수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사회자는 만장일치로 현위원장이 재선출됐음을 선포했다.
7백여명의 대의원·당원들이 대회장을 빽빽이 메우고 있었지만 별 탈없이 단상에 선 임시의장이 계속해서 예정된 안건을 순서대로 처리하고 있었다.
『현위원장이 전당대회 대의원 임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 위임에도 동의하십니까.』
순간 대회장 뒷좌석에 앉아있던 지구당 부위원장 강형렬씨(37·의사)가 손을 번쩍 들고 『긴급동의』를 외쳤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위원장 선출에 항의한다는 것이었다. 세번이나 거듭된 긴급동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강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쪽으로 걸어나갔다.
동시에 단상 부근에 앉아있던 건장한 남자 10여명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디를 가는거요.』
『긴급동의도 못한단 말이오.』
설전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씨는 이들에게 붙들려 대회장밖 화장실로 끌려갔다.
10여분동안 우산대·주먹이 강씨의 얼굴·온몸으로 쏟아졌다. 다행히 강씨는 현장에 있던 서울 성동경찰서소속 정보과 형사들에게 발견돼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전치 3주라는 진단이 나왔다.
『대통령후보도 자유경선하자는 마당에 중앙에서 지정한 사람을 지구당위원장에 단독 입후보시키고 만장일치 통과라니…. 당원들의 의사를 철저히 무시하면서 무슨 민주주의하자는 겁니까.』
치료를 받은후 정오쯤 경찰 조사에 응하던 강씨는 민주적 자유경선을 통한 여당의 대통령후보선출은 쉽지않을 것이라고 열을 올리고 있었다.<이선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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