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현대제재로 국민당 속앓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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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핵심 당직자 소환 당혹… 대선타격 우려/「현대와 결별」 물거품될까 대응에 고심
현대상선 탈세사건과 관련,이 회사 전사장이었던 국민당의 송윤재·박세용 대표특보가 공범으로 소환되는등 정부의 현대제재조치가 국민당에까지 이어지고 있어 국민당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두 특보는 각각 조직·홍보(송특보)와 정책(박특보)을 담당,정주영 대표를 보좌하며 5월부터 가동될 「대통령선거기획단」에서도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으로 알려져 이들이 구속되면 당내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국민당은 이번 사태가 연말에 있을 대통령선거에 어떤 형태로든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하고 법적·정치적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중이다.
그러나 국민당은 현재까지 외견상 이렇다할 별다른 반격을 않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현대전자가 48억원의 대출금을 국민당으로 유입했다는 지난 3일의 정부발표에 대해 국민당이 즉각 『정주영 대표의 대권출마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조장하기 위한 저의』『사실무근이며 정대표와 국민당에 대한 모함』이라고 발끈했던 것과 비교하면 묘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당 핵심당직자들은 『지난번 현대전자 대출금 유용사건은 우리당과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에 즉각 대응한 것이나 이번 사건은 두 특보가 현재 국민당사람이나 당시 현대상선 사장이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지 않느냐』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즉 『국민당과 현대는 별개』라며 『송윤재·박세용 대표특보가 구속돼도 이는 어디까지나 회사차원에서 해결할 일』이라고 현대 자체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있다.
정대표 역시 9일 열린 당무회의에서 『현대사람들이 감방에 가고 현대가 망해도 각오하고 있다』며 『문제될게 없으니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구속조치는 스스로 진퇴양난으로 자신을 몰아넣은 꼴』이라며 조만간 변호사를 동원해 법적으로 맞서는 한편 탄원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단 사태의 추이를 관망한뒤 정치적 대응을 펴겠다』며 『구속자들이 조사를 받을때 비자금 사용내용을 밝히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물귀신작전」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두 특보의 구속으로 공백이 생길 대표특보 후임자를 새로 영입,발빠른 교체를 할수도 있으나 아직 대통령선거가 코앞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일단 사건의 진전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국민당은 내심 잘못 개입했다가는 현대와의 단절작업이 물거품될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당3역들은 『현대와의 고리를 끊으려는 마당에 오히려 말려들 염려가 있다』(김효영 총장),『이 사태가 정부의 정치적 보복임에는 틀림없으나 우리마저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우스운 꼴이 되고만다』(윤영탁 정책위의장)면서 차라리 군부재자투표부정등 현안 정치공세를 강도높게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한 관계자는 『우리가 현대와 전혀 관계가 없다면 조사위라도 구성하겠지만 그럴 형편이 못되지 않느냐』며 『정치적 탄압으로 몰아붙이는 구태의연한 방법보다는 더 고도차원의 대응책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민당은 정부·여당보다 한차원 높은 대응책을 강구하되 「현대와의 결별」이라는 자체 덫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는 2중부담을 안은 셈이 됐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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