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총액임금제 교섭/김동균 사회2부 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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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총액임금제를 둘러싼 노동부와 노총의 행태를 보면 우리 노동자들의 처지가 바로 표류하고 있는 배에 타고 있는 선원들과 다를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노동부는 이 제도의 기본 틀을 아직도 확정짓지 못한채 갈팡질팡하고 있으며 노총은 대처방식을 놓고 끝없이 내부 혼선을 빚고 있어 노동자들을 혼란과 불안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 제도와 관련해 노동부가 가장 헤매고 있는 대목은 총액임금 중점관리대상 사업장의 선정문제다.
노동부는 대상 사업장을 당초 1천5백47곳으로 정했다가 다시 1천5백28곳,1천4백34곳,1천4백54곳 등으로 계속 수정해 나갔고 그럼에도 불구,5백여곳에 이르는 많은 저임금 사업장이 이에 포함돼 금융·세제상 제재조치의 대상이 되는 문제점에 봉착했다. 대상 사업장의 잘못된 선정은 총액을 기준으로 한 마땅한 임금통계 자료가 없다는 점에서 있을 수 있는 실수로 봐 줄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처방식은 분명히 잘못됐다.
노동부는 이들 저임금 업체를 대상에서 제외시키지 않고 그대로 포함시킨 상태에서 「별도 관리」,5%이상 임금을 인상하더라도 제재대상에서 빼준다는 이상한 대처방식을 내놓았다. 경제기획원등 다른 부처와 이미 협의를 마쳤고 노동계의 반발에 밀리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없다는 이유때문에 이처럼 당당하지 못한 편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
노총의 태도도 별로 나을게 없다. 노총은 당초 간부회의에서 총액임금제에 대한 반발로 전면적인 임금교섭 중단을 결정했다가 산별대표자회의에서 이를 사실상 취소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또 내부적으로 「총액기준 임급교섭은 인정하고 5% 억제선에는 반대」의 주화파가 우세하면서도 「전면반대」의 주전파의 명분론에 밀려 시간만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부는 총액임금제 적용대상 사업장 선정이 부실하게 된것이 확실히 밝혀진 이상 더이상 미봉책을 쓰지 말고 종합적인 재선정 작업에 들어가야 하며 노총은 하루라도 빨리 입장과 노선을 분명히 해 단위노조의 교섭력에 힘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각 기업과 노조가 눈치만 보는 바람에 임금협상이 한달이상 지연되는 것은 분명히 불필요한 낭비며 여기에는 노동부와 노총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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