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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쉼] 공항 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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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영종대교 낙조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공항'이란 단어엔 울림이 있다. 단순히 '비행기 타는 곳' 그 이상의 무엇. 떠나는 곳이자 돌아오는 곳이며,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곳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항을 사랑한다. 세계 100여 나라를 여행한 '배낭 여행의 아버지' 토니 휠러는 "가장 좋아하는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공항 라운지"라고 답했다지 않은가.

한 달 전 공항 가는 새 길이 뚫렸다. 공항철도다. 덕분에 언제든 부담없이 공항 바람을 쐴 수 있게 됐다. 당장 떠나지 못하면 어떠랴. 쉴 새 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마음이라도 훨훨 날아갈 수 있다면…. 연계 버스를 이용하면 영종도 구경도 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인천공항.영종도 여행, week&이 안내한다.

영종도=김한별 기자

인천공항 스타가든

공항철도 인천공항역에 내리면 교통센터로 연결된다. 바로 터미널로 갈 수도 있지만 잠시 2층에 들러보자. 공항철도 개통을 기념해 조성된 스타 가든이 있다. 우리나라 야생화로 꾸며진 자생초화원, 제주도 남부 섭섬에서 자생하던 나무고사리로 꾸민 아열대원 등 형형색색의 꽃과 나무가 가득하다. 사진 좋아하는 '셀카족'이라면 놀기 딱 좋은 곳.

이젠 본격적으로 여행 기분을 느껴볼 차례. 여객터미널 3층 동편 끝단이 첫 번째 코스다. 이곳은 공항공단 직원들이 추천하는 최고의 공짜 전망대. 출국자만 갈 수 있는 탑승구 앞 라운지를 제외하곤 비행기 구경을 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좀 더 분위기를 잡고 싶다면 4층 파노라마 라운지에 간다. 공항 음식점 중 활주로 가장 가까이에 있다. 가볍게 커피나 맥주 한잔을 하며 여행의 단꿈에 잠겨 보자. 단, 야경을 구경하고 싶다면 서둘러야 한다. 주문은 오후 8시30분까지, 9시면 문을 닫는다. 카푸치노 7000원, 생맥주 8000원(부가세 별도). 032-743-6755.

달리는 공항 열차

이국적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청사 밖으로 나간다. 터미널 1층 13번 출구로 나가면 하얏트리젠시 인천으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있다. 15분에 한 대꼴이며 3분이면 호텔에 닿는다. 이 호텔 1층 레스토랑 8은 여러가지 동.서양 요리를 한곳에서 맛볼 수 있는 곳. 이탈리아 피자 화덕 곁에 앉아 중국 오리구이와 일본 초밥을 맛보는 식이다. 가벼운 메뉴도 많다. 일본 가케우동(가락국수)이 9000원, 계란을 곁들인 태국식 볶음 국수가 1만2000원(부가세 별도)이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셔틀은 오후 10시45분. hyattregencyincheon.co.kr, 032-745-1234.

호텔 뒷문을 빠져 나와 2분쯤 걸으면 아로이 아로이가 나온다. 원래 일산에서 이름을 날리던 타이음식점. 7개월 전 공항 근처로 옮겼다. 이곳의 특징은 '한국화' 대신 최대한 본토 맛을 추구한다는 것. 단골인 타이항공 승무원에 따르면 "95% 수준"이란다. 안주인과 주방장이 태국인인 덕이다. 매콤새콤한 똠양꿍이 1만2000원, 똠양꿍에 국수를 만 뀌띠오 똠양꿍이 6500원이다. 032-743-1531.

TIP 공항철도 A ~ Z

을왕리 해변

실내가 답답하다면 바깥 나들이를 하자. 섬에 왔으니 역시 바다 구경이 제격이다. 여객터미널 3층 3번 홈에서 306번 버스를 타고 15분이면 용유도 을왕리 해수욕장에 닿는다. 버스는 12분에 한 대꼴, 요금은 1000원이다. 을왕리 해수욕장은 백사장이 넓은 곳. 특히 간조 땐 백사장 폭이 200m 가까이 드러난다. 길이는 약 1.5㎞. 바닷바람을 벗삼아 끝에서 끝까지 산책을 해 보자. 낙조 구경도 좋다. 여행작가 서영진씨는 호젓한 낙조 감상 포인트로 백사장 북쪽 끝 갯바위를 추천했다. 먹거리.볼거리에 넋이 빠져 버스를 놓치면 안 된다. 인천공항으로 돌아가는 차는 오후 10시30분이 끝이다.

섬이라고 바다뿐이랴. 다시 영종도로 넘어가면 해발 256m 백운산에 오를 수 있다.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202번 버스를 타면 20분 조금 넘게 걸린다. 요금은 역시 1000원. 인근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전망이 탁월하다. 날씨만 궂지 않다면 인천공항은 물론 신도.장봉도 등 인근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류장에서 정상까지 1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코스. 하지만 중간 너머부터는 경사가 제법 가팔라서 등산화를 갖춰야 편하다. 202번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만 다니므로 차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을왕리 해수욕장 종점 정류장에서 매시 8~10분 사이에 버스가 떠난다.

굳이 정상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백운산 중턱에 있는 용궁사와 약수암을 추천한다. 용궁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고찰. 흥선대원군이 쓴 편액과 두 그루 천년 묵은 느티나무가 유명하다. 용궁사 뒤편 산길을 넘어가면 약수암이 나온다. 약수암은 용궁사보다 더 작은 암자. 용궁사의 말사였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지금은 별개다. 이곳의 장점은 시원한 전망이다. 백운산 정상만은 못해도 남쪽 바다가 훤히 보인다. 천년 고목 아래 앉아 약수 한 바가지를 들이켜 보자. 등산하며 흘린 땀쯤 순식간에 날아간다.

■3월 23일 개통된 구간은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다. 서울역까지 이어지는 나머지 구간은 2010년 개통 예정이다. 김포공항~인천공항 간에는 총 6개 역이 있는데, 김포공항에서 서울지하철 5호선, 계양역에서 인천지하철 1호선과 이어진다.

■열차는 일반과 직통 두 가지. 일반 열차는 12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33분이 걸린다. 직통은 같은 구간을 28분에 달린다. 대신 한 시간 간격. 김포공항→인천공항 첫차는 오전 5시41분, 인천공항→김포공항 막차는 오후 11시26분이다. 요금은 일반이 3100원, 직통이 7900원. 어린이는 50%, 65세 이상 노인이나 장애인.국가유공자는 75% 할인해 준다. 공항 리무진 버스는 같은 구간 요금이 4500원(일반 기준)이며 할인도 없다.

■공항철도는 양쪽 공항 부근을 제외하곤 전체의 70%가 지상 구간이다. 게다가 관광열차처럼 창이 대형 통유리로 돼 있어 맘껏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풍경이 가장 빼어난 구간은 영종대교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검안~운서 중간 부근이다. 032-745-7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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