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참여 아쉬운 대종상시상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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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3일 제30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이 한국영화인협회와 삼성그룹 공동주최로 국립중앙극장에서 열렸다. 수년동안 우리 영화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주도로 열린 첫 행사여서 더욱 뜻깊었다.
일간 신문의 보도 등에 의하면 이례적으로 전야제 행사까지 마련하는 등 그 열기를 고조시키려는 주최측의 의지가 두드러졌고 해마다 잡음이 일었던 심사의 공정성 면에서도 엄격한 객관성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후5시40분부터 8시까지 계속된 TV생중계를 지켜보며 우리 영화를 사랑하고 그 발전을 기대하는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음을 느꼈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대종상 영화제가 영화인만의 축제가 아니라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즐겨야 하는 한마당이 돼야 하는데 관객참여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그들을 스타로 만드는 것은 우리 영화에 인색하긴 하지만 관객(대중)이지감독이나 제작자가 아니다.
평론가나 영화관계자가 아닌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었다는『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일화는 타산지석이 될만하다.
심사의 공정성 문제도 지적된다. 사회자는 3회 이상 공정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심사위원 명단과 심사의 경위·기준·총평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일반 관객들에게「밀실」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후보작 탈락도 마찬가지로 신인감독상 후보로 유력시되는 등 기대를 모았던『김의 전쟁』이 갑자기 탈락된 이유가 표절이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것이다. 그만큼 민족주의적 색채가 진한 이데올로기영화이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증폭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이와는 다르지만 한국영화70년 사의 역사가 너무 피상적이고 진행방식도 개선할 여지가 많아 보였다. 이른바 인기가수들의 서투른 진행이 과연 적절했는지 재고해 볼일이다. 아무리 대중스타들일지라도 시상식에는 어느 정도 권위가 있어야겠기에 하는 말이다. 장세진<경기도 평택시 비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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