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폐기물 버릴곳 없어/공장들 조업중단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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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국 곳곳서 야적 “산더미”/매립장 주민 반대로 이용못해/처리 용역업체들도 작업 “포기”
【수원=이철희기자】 경기도내 반월공단등지의 30여개 주요기업체들이 공장가동으로 생기는 산업폐기물을 버릴 곳이 없어 조업을 단축,생산규모 축소에 들어갔다.
공장이 폐기물 처리난으로 인해 집단으로 조업을 단축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경기도내 1백여 수출업체는 앞으로 10일이내에 매립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조업을 중단해야할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뿐만 아니라 조업단축 사태는 강원·충청·대전지역까지 확산될 상황이며 기타 영·호남공단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이같은 사태는 중부지역산업체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처리를 맡고 있는 15개 용역업체들이 폐기물을 버릴 곳이 없어 지난달 30일부터 열흘째 작업을 중단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조업단축=경기도 반월공단내 덕천실업은 산업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 6일부터 하루 4천5백장 생산하던 가죽원단을 2천5백장으로 축소하고 있으며 같은 피혁공장인 (주)대영·(주)효창 등 30여업체도 생산규모를 10∼40%씩 축소했다.
(주)대영 총무계장 김부환씨(31)는 『슬러지수거가 중단된 지난달 30일 이후 20여t의 슬러지를 공장마당에 쌓아놓다가 4일부터 생산규모를 20% 줄이는 바람에 올 수출목표(1천5백만달러) 달성이 불가능하게됐다』며 『앞으로 10일 이내에 슬러지를 수거하지 않을 경우 전면조업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반월공단내 73개 날염·염색업체,동두천·용인 등 경기도내에 산재해 있는 폐기물 배출량이 많은 1백여개 업체도 10일 이내에 매립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조업을 단축하거나 중단해야할 위기에 놓여있다.
◇피해지역 확산=15개 산업폐기물 처리업체가 지난달 30일부터 업무를 전면 중단하는 바람에 이들 업체에 폐기물처리를 위탁하고 있는 강원도내 4백20개,충남의 4백72개,충북의 2백99개,대전직할시의 2백10개 업체들도 생산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강원도·충청남북도·대전직할시에서는 하루평균 8백여t씩 연간 31만7천t의 일반산업폐기물이 배출되고 있는데 지역내 자체매립장이 없어 서울·경기도지역의 폐기물처리업체가 수거,난지도·시화매립지에 버려왔으나 두곳 모두 반입이 중단되는 바람에 각 공장에 폐기물을 야적해놓고 있다. 한편 폐수배출량이 많은 업체중 일부는 회사신용등을 고려해 정상조업을 강행,슬러지를 줄이기 위해 폐수를 부분적으로 무단방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실제로 하루평균 7백t의 폐기물이 나오던 반월공단에 최근들어서는 이보다 훨씬 적은 양이 야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망=수도권지역 일반쓰레기·산업폐기물매립을 목적으로 조성된 김포해안매립장이 지난 2월부터 가동되고 있는데도 산업폐기물처리에 진통을 겪고있는 것은 김포매립장 주변주민들이 환경오염을 우려,『일반쓰레기가 아닌 산업폐기물을 매립해서는 안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환경처·경기도는 산업폐기물 배출량이 많은 피혁업체등은 93년까지 자체폐기물처리장 설치를 의무화하되 그 이전까지 김포매립장에 반입토록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주민설득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주민들은 여전히 「산업폐기물반입 절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조기수습은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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