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신장떼준 효심(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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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수술 후유증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동안 아버지가 겪은 고통에 어찌 비할 수 있겠습니까.』
8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인공신장실.
자신의 신장을 아버지에게 이식수술하기 위해 같은 병실에 입원한 덕흥군(20·사진 좌)은 애써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아버지 김현섭 경장(41·서울 서대문경찰서 근무)의 손을 꼭 잡았다.
격무에 시달려왔던 김경장이 쓰러진 것은 지난해 2월. 84년 신체검사에서 만성신부전증 환자로 진단받은후 7년만이었다.
『박봉을 받으시면서도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병을 숨기시다가 그만….』
김경장은 그날 이후로 신장기능이 완전 정지,인공신장기로 소변과 피를 거르는 등 투석치료를 받으며 투병생활을 계속해야 했다.
『60만원 한달 월급으로 월1백만원이나 드는 치료비를 대는 것도 어려웠지만 4천만원이 넘는 이식수술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지요.』
90년 고교를 졸업하고 집에서 쉬며 간호하던 장남 덕흥군이 날로 여위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다못해 자신의 신장을 아버지에게 이식하기로 결심,이를 가족들에게 알렸다.
『네 신장을 떼내게 하고 내가 사느니 차라리….』
『만약 아버지께서 정 반대하신다면 저의 목숨을 끊어서라도 아버지께 신장을 남기겠어요.』
온가족이 울음바다를 이룬 가운데 결국 덕흥군의 의견을 받아들인 가족들은 25평의 전세집을 처분,수술비를 마련키로 결정했다.
덕흥군의 효심이 알려지자 서대문경찰서 동료 및 간부들은 이들에게 임대아파트를 마련해주기 위해 직원모금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김경장과 덕흥군 부자의 끈끈한 사랑은 고생하는 동료 경찰과 모두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문병온 한 경찰관은 나란히 누운 이들이 부러운듯 활짝 웃어보였다.<김홍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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