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범죄(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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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 세상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형의 범죄들이 있지만 컴퓨터를 이용한 범죄만큼 오묘하고 지능적인 범죄도 찾아보기 어렵다. 「만능의 컴퓨터」와 「인간의 비상한 두뇌」의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컴퓨터범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그 주인공이 대개 최고교육을 받은 화이트 칼러들이며,완전범죄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추리소설가들은 컴퓨터범죄를 즐겨 소재로 차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컴퓨터살인』등 몇편의 추리소설들이 선보였다.
범죄란 흔히 범인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저질러지지만 컴퓨터범죄는 남을 골탕먹이기 위한 방편으로 저질러진다는데 또하나의 특징이 있다.
87년 12월 프랑스에서 발생한 한 컴퓨터범죄가 대표적 유형이다. 1천3백개 회사의 급료를 취급하는 공공기관에서 근무중 부당해고당한 컴퓨터실의 기술자가 컴퓨터디스크와 방호카드함을 모조리 파괴함으로써 대혼란이 야기된 것이다.
컴퓨터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컴퓨터범죄의 유형은 더욱 교묘해지고 그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작년말까지 컴퓨터범죄로 횡령당한 전세계의 경제적 손실은 50억달러(약 4조원)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는 67년 경제기획원에 의해 컴퓨터가 최초로 도입된 이후 작년말까지 50여건의 컴퓨터범죄가 발행했다. 73년 10월 서울 반포 AID아파트 입주자추첨 조작사건이 국내 컴퓨터범죄의 「효시」로 기록돼 있고,87년에는 과기처 산하의 한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집단행동으로 연구소의 전산시스팀에 연결된 외부의 모든 전산망을 차단,기업체·학교·연구기관 등에 엄청난 피해를 준 놀라운 사건도 발행했다.
그러나 국내 컴퓨터범죄로 인한 평균피해액은 1억원 정도니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아직은 약소한 편이다.
법무부가 8일 발표한 형법개정시안 가운데 컴퓨터범죄에 관한 항목은 컴퓨터범죄로 인한 더 이상의 피해를 막자는 의도로 보인다. 「컴퓨터범죄와의 전쟁」선포인 셈이다.<정규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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