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무분별한 개발 우려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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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용산공원 특별법을 둘러싸고 벌인 건교부와 서울시의 대결은 서울시의 완승으로 끝났다. 발단은 서울시였다. 건교부가 공원 내 일부 부지를 개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나서자 이를 정면 반대하고 나선 것. 서울시가 워낙 강하게 반대하자 지난해 8월 추병직 당시 건교부 장관은 "서울시가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지난 4일 국무조정실.건교부.서울시 관계자가 만나 서울시 요구대로 입법예고까지 끝낸 법안을 고치기로 합의했고, 합의된 대로 법안이 이날 국회 소위를 통과했다.

쟁점이 된 사항은 미군기지 본체 부지에 대한 용도지역 변경권한을 건교부 장관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한 특별법 14조. 특별법에는 ▶공원의 기능.효용 증진과 기존 시설의 합리적 이용을 위한 경우 ▶용산공원 조성지구의 지하공간에 공원시설 및 상업.업무시설 설치에 필요한 경우에는 건교부 장관이 용도지역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여야 합의를 통해 이 조항은 삭제됐다. "건교부 장관이 용도지역 변경권을 이용해 공원 부지를 무분별하게 개발할 우려가 있다"는 서울시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건교부가 꼬리를 내린 것은 정치적 상황이나 여론이 건교부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원 건립은 다음 정부의 일이고, 노무현 정부 입장에선 특별법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노 대통령 임기 내엔 국회 통과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청와대나 건교부 입장에선 법안의 세부 사항보다는 국회 통과 자체가 급선무가 된 것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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