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육림에 눈돌리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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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일이 47번째 식목일이니 지금까지 반세기 가까운 세월에 걸쳐 우리는 나무를 심어 산림녹화사업을 추진해온 셈이다. 그 결과 우리 산림은 지난 60년에 비해 거의 네배이상이나 축적됐다.
헐벗은 민둥산 신세는 면하게 된 상황에서 우리가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오랜 세월동안 온 국민의 땀과 정성의 결실인 이들 산림을 훼손하지 말고 보완하여 더욱 좋은 국가의 자산으로 키워 나가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우리의 목표와는 어긋나게 전개되고 있다. 개발이라는 명분아래 토석채취와 택지·공장·골프장 등의 건설로 해마다 수많은 산림이 없어지고 있다. 지난 20년동안 이렇게 훼손된 산림면적이 무려 20만정보에 이른다. 수십년 애써 기른 나무를 수천,수만 그루씩 한꺼번에 베어버리면서 1년에 식목기간에만 기껏 어린 묘목 몇그루 심어보았자 무슨 수로 산림의 현상유지인들 가능하겠는가. 당장 눈앞의 이익만 탐해 큰 나무를 마구 잘라 없애고 묘목 몇그루 심는 것으로 명분을 호도할 수는 없다.
식목기간을 맞아 우리가 명심하고 실천해야할 일은 첫째,묘목을 심기에 앞서 심어놓은 나무를 잘 가꾸고 함부로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불가피한 개발로 벌목을 할 경우엔 나무를 베어 없애지 말고 다른 곳으로 옮겨 심도록 해야 한다. 그 일이 비록 당장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일지라도 한그루의 묘목을 거목으로 키우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노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둘째는 도시식목에 눈을 돌려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자동차와 난방에 의한 매연공해를 덜기 위해선 도시에 나무를 많이 늘릴 필요가 있다. 식물의 광합성작용이 산소를 생산한다는 것은 기초적인 상식으로 도시식목의 필요성은 모두가 인식하면서도 실천에는 매우 둔감한 것 같다. 공해에 잘 견디고 산소발생량이 많은 수종을 골라 우리 생활주변의 삭막한 공간부터 식목하고,개발에 의해 제거되는 나무를 도시조림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는 육림사업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겠다. 이미 심어 놓은 나무를 경제성있는 재목으로 육성하기 위해선 솎아내기등 산림의 관리가 필요한데,높아진 인건비와 농촌일손의 태부족으로 산림경영의 경제성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 오늘날 독림가들이 처한 최대의 난관이다. 우리 산림의 약 70%가 민유림인 현실에서 정부재정의 적극적인 지원없이는 육림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번 식목기간을 맞아 산림이 갖는 국토보전과 수자원,환경정화,휴식공간,경제성 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백년대계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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