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해야할 일(「남은 10개월」이 중요하다: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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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정과 정쟁 구별하라”/“민생우선”새정치풍토 보여야
정치권에 있어서 올해는 정권의 변동기다.
이미 총선이 실시됐고 집권을 겨루는 대통령선거가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때문에 여야의 각정당을 포함한 정치권의 선거전략,국회운영자세등 정치적 행태가 그 어느때보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여느때보다 격심할지 모르는 선거판속에서 정치권이 13대 국회에서 가중됐던 정치에 대한 불신,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불식하고 정권교체기의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위기에 한꺼번에 대응해야 한다는 너무도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14대 총선은 기존정치권에 대한 냉엄한 비판이었다. 정치권의 양소정당은 국민의 안정적인 지지획득에 실패했다. 정경유착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신당이 바람을 일으킨 것도 따지고 보면 정치적 냉대주의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국민들의 차가운 관망속에서 기존정치권이 제대로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각계가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음을 정치인당사자들이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이런 분위기를 명심한다면 정치권은 적어도 국민에 대한 책무를 잊고 정권다툼에만 골몰해선 안된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가장 걱정되는 것 중의 하나가 정치권이 또 국회를 파쟁의 장소로 몰아넣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14대 국회는 출발부터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12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새국회 초반부터 유리한 고지를 점령키 위해 여야는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빚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실시의 여부와 국회상임위원장 배분등 원구성에 대한 갈등을 대권싸움과 연결시킬 경우 국회공전등 파란이 예상된다.
13대국회는 집권당의 총선전략때문에 새 국회가 열릴때까지 5개월을 회의한번 못 연채 허송하고 말았다. 14대국회는 열리더라도 대선이 끝나는 금년말까지 정치적 싸움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올해는 자칫하면 사실상 국회부재상태가 될 우려도 있다.
14대 국회가 치열한 국제적 경제전쟁과 산적한 민생문제 등을 외면하고 또다시 이전투구의 대권싸움에만 휘말린다면 국정은 표류하고 국론은 분열될 것이 뻔하다.
여야가 대선을 위한 공방을 주고받더라도 민생이나 경제관련의안,특히 예산안만은 제대로 다루어야 한다. 예산이 또 심의되지 못한채 보류되거나 날치기가 된다면 정치적 발전은 답보하고 말 것이다. 때문에 대통령선거의 경쟁이 공정하고 신사적인 게임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선거운동이 지역주의를 조장하거나 부정·탈법의 방식으로 치러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해두고자 한다.
특히 몇차례 선거로 깊어진 지역감정의 문제에 대해 정치권은 지난 총선에서 조그만 반성도 없이 이를 더욱 부추기는 행태를 보였다. 대통령선거에서 이것이 더 극심하게 나타난다면 지역간의 감정의 골은 메울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질 우려가 있다.
여야 각 정당은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노력을 진지하게 벌이지 않으면 안된다.
국민들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우리나라의 집권당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통령후보를 경선으로 뽑는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야당들도 곧 대통령후보를 낼 작정이다.
이런 과정에서 정치권은 새로운 정치,경제의 활력을 재촉하는 정치,부정부패의 늪에서 벗어난 건강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정치권이 정권변동기에 국정과 정쟁을 엄격히 구분하고 국제적 경제전쟁,국제질서의 변화속에서 민생과 국익을 존중하는 새로운 정치행태를 보일 수 있어야만 한다.<박병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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