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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화제-M-TV드라마『사랑이 뭐 길래』출연 윤여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탤런트 윤여정씨(45)는 초면인사가 좀 까다로울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간 그녀가 주로 맡아온 극중 역할이 그랬고, 또 스스로 남 앞에 나서길 꺼리는 성격 탓이다. 그런 윤씨의 이미지는 현재 출연중인 MBC-TV드라마『사랑이 뭐 길래』에서도 이따금 엿볼 수 있다.
『원래 성격이 사교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 이 나이쯤 되면 원만하게 지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잘 안돼요. 싫으면 금방 겉으로 표가 나는데 난들 어쩝니까.』인터뷰만 해도 그렇다. 한사코 거절하다가 마지못해 응한 그녀다. 그러나 윤씨는 일단 운을 뗀 뒤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감정표현이 솔직하고 자신의 단점조차도 스스럼없이 얘기한다.
윤씨는 오랜 공백을 딛고 지난86년 MBC-TV『베스트셀러극장-고깔』에 얼굴을 내밀며 재기에 나섰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완숙한 연기로 주위의 갈채를 받고있다.
『나이 드니까 연기가 뭔지를 알겠더군요. 그렇다고 제 연기가 무르익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단지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는 거죠.』
드라마촬영 때마다 생겨나는 이런 감정이 현재의 자신을 있게 했고 연기생활의 원동력이 되고있다는 윤씨. 그래서인지『사랑이 뭐 길래』에서 보여주는 그녀의 연기는 살아 숨쉰다. 대본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가 유별나다.
『저는 극중 대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TV는 아직까지 영상 미보다 대사위주라고 생각해요. 대사가 준비돼야 감정표현이 가능한 제 연기방식도 이 때문이죠.』상대방 대사까지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잠이 오지 않아 늘 대사를 달달 왼단다. 여기에는 나름의 생각이 담겨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연기자는 대본을 성경처럼 여겨야한다고 봐요. 극중 배역의 언행에 몰입해야만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요. 연기의 성패는 극중인물을 얼마나 실감 있게 묘사하느냐에 달려있지 않습니까.』
드라마에 등장하는 딸이 대놓고 어머니를 무시하는 등 너무「버르장머리없다」는 지적에 대한그녀의 시각도 그렇다. 연기자는 대본에 충실해야 할 따름이라는 것이다. 그녀의 연기관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본을 받아들면 제일 먼저 몇 별의 의상이 필요한지를 고민한다』는 윤씨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연기자라면 으레 극중분위기까지 염두에 둬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녀의 극중 이미지는 깔끔한 도시여성이다. 그런데 자신은 이점이 꽤 불만인 모양이다. 자신의 외모를 찬찬히 뜯어볼 때 도시 풍이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전 막을 내린 SBS-TV드라마『분례기』에서 그녀가 열연한 시골여자 역은 인상적이었다. 때문에 그녀가 앞으로 변신을 기대하는 시골 풍의 배역을 기다려보는 것도 시청자들로선 흥미로운 일일 듯 싶다.<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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