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신문 가로막는 군재/김두우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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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일 9사단 보통 군재법정에서 열린 이지문 중위에 대한 구속적부심 심리과정은 과도기적 군의 위상을 적나라 하게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1일 심리에서 이중위와 면담하던 변호인단의 장석화 의원(민주)이 무장군인 4명에 의해 팔다리가 들려진채 법정 밖으로 「추방」당한 사건이 변론권 침해로 물의를 빚게된 탓인지 재판부가 공개재판을 수용했다. 또 심리가 시작되기전 재판장은 『어제의 불미스런 행동을 사과하며 자체조사를 통해 납득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처리하겠다』고 사과발언부터 했다.
비록 방청객은 30명으로 제한됐지만 군사재판에 보도진과 일반인의 입장을 허용한 것이나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을 신속히 시인하는 모습은 군이 사회의 민주화 대세에 뒤늦게나마 따라가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될 부분이다. 그러나 부대 위병초소에서 민주당 진상조사단의 현역의원겸 변호인단에 대한 몸수색을 둘러싸고 벌어진 승강이나 재판부의 신문태도는 군 특유의 폐쇄성과 경직성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재판부의 간단한 사실 신문이 끝난뒤 변호인단이 이중위의 군무이탈 동기에 대한 신문을 시작하자 검찰관이 『구속사유는 군무 무단이탈이지 동기는 여기서 다룰 성질이 아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변호인측에서 『범죄심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부분』이라며 『범죄사실과 정상을 참작해야 구속의 적부를 가릴 수 있다』고 맞서자 이번에는 재판장이 『무단이탈죄의 성립여부와 동기는 별개 문제』라고 가로막았다. 오후 3시10분부터 시작된 심리는 검찰관과 변호인단·재판장의 2시간40분간에 걸친 마라톤 토론으로 되풀이됐다.
민주당 당선자인 장기욱 변호사는 『변호인에게 피의자의 범행동기를 묻지말라면 무엇으로 변론하라는 얘기냐』고 항변했으나 계속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장변호사는 『이중위가 근무하는 9사단은 지난 79년 12월12일 사단장이 항명하면서 부대를 인솔하고 서울로 내려온 바로 그 부대』라며 『계엄령 하에서 집단군무 이탈은 무죄이고 군 부재자 부정투표를 폭로하기 위해 몇시간 떠난 것은 구속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냐』고 12·12사태까지 들먹였다.
변호인단이 사전에 제출한 29개항의 신문내용중 동기부분에 해당하는 3항부터 22항까지의 신문을 가로막은 재판장은 결국 휴정 끝에 일방적으로 심의를 종료해 버렸다.
이중위와 함께 외출한 장교는 구속하지 않으면서 이중위만 구속한 것은 「양심선언」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중위가 군무이탈한 동기도 당연히 밝혀져야 구속의 적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다.
이날 재판부의 태도는 「이중위의 진술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것을 꺼려 변호인의 심문을 막았다」는 오해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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