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재무장관 해임/가이다르 부총리직 유지 개혁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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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모스크바 AP·AFP·로이터=연합】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2일 예고르 가이다르 제1부총리겸 재무장관(36)을 재무장관직에서 해임하고 바실리 바르추크 제1재무차관(51)을 새 재무장관에 임명했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옐친 대통령이 이날짜로 서명한 포고령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고 전했다.
단 한줄로 된 가이다르에 대한 재무장관직 해임 포고령은 대통령이 『가이다르를 재무장관직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만 밝혔을뿐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가이다르의 한 측근은 이 결정이 가이다르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으며 가이다르는 러시아 경제개혁계획의 책임자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서방외교관도 『가이다르가 제1부총리로 남아있는 한 재무장관직 해임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논평했다.
◎시장경제 이행엔 변화없을듯/“정치적 무마위한 상징적 견책”(해설)
예고르 가이다르 러시아 부총리가 겸임하고 있던 재무장관직에서 물러났다해도 러시아 시장경제개혁추진의 속도와 폭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러시아는 지난 2월 대외경제관계부를 신설했는가 하면 경제재무부를 2개부처로 나눴다.
가이다르 부총리는 이때 이미 경제부장관 자리를 안드레이 네차예프에게 넘겨준바 있다.
따라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러시아 경제관료들의 설명대로 경제개혁과정이 심화되면서 더욱 필요해진 각 부문간 이해조정이라는 부총리의 고유업무 확대가 빚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과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부통령 등은 최근 가이다르부총리 해임을 요구했던 입장을 번복,현 정부의 개혁조치를 사실상 지지하고 있다.
독립국가연합(CIS)에 2백40억달러를 지원키로 한 미국등 서방선진 7개국은 이번 조치를 경제개혁의 후퇴 전조로 보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물론 옐친 대통령은 오는 6일 인민대의원 대회를 앞두고 경제개혁조치의 부작용에 따른 불만을 의식,정치적 무마책의 일환으로 가이다르 부총리를 견책한다는 제스처를 보였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책의 성격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수준에 머무른다고 할 수 있다.<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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