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회 KT배 왕위전' '씨름꾼' vs '명문가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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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8강전 하이라이트>

○ .최철한 9단 ● .이성재 8단

최철한 9단이 슬럼프다. 이창호 9단의 후계자로 유력하게 거명됐던 최철한. 기풍은 물러섬이 없는 투사를 연상시키지만 평소의 마음 씀씀이는 누구보다 훈훈한 청년인데 어느 순간 정신의 밸런스를 잃더니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KT배 왕위전에선 유창혁 9단을 꺾고 일단 8강 진출.

그의 8강전 상대인 이성재 8단은 '조남철 바둑가문'의 일원으로 조치훈 9단의 외조카다. 일찍이 1999년과 2000년에 패왕전 타이틀을 놓고 조훈현 9단과 겨뤘다. 그러나 군 입대로 제동이 걸린 후 근 7년간 잊혀진 듯 지내더니 이번 왕위전에서 심기일전, 4연승의 호조를 보이며 8강에 올랐다.

장면도(32~39)=최철한 9단의 32가 중반전 시작을 알린다. 넓은 곳을 유유히 벌려가기보다는 상대방에 바짝 접근해 빈틈을 노리는 최철한의 기풍이 그대로 느껴진다. 33으로 머리를 내밀 때 34로 붙여간 수도 허리 밑을 파고드는 '씨름꾼 최철한'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상식이나 모양, 안전까지도 무시한 채 치명적인 한 수를 노리는 최철한 9단.

그러나 그의 독수는 39라는 유연한 한 수에 덜컥 제동이 걸려버린다. 아아! 하고 후회하며 퇴로를 찾았으나 되돌리기엔 너무 깊이 들어왔다. 백의 희망은 '참고도1'이었다. 이건 백이 선수를 잡고 중앙 전투를 주도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참고도2'처럼 끊어도 흑이 중앙의 요소를 차지하게 되고 백은 수세를 피할 수 없다. 백의 수습책은 무엇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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