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 문씨 “혼자 뒤집어쓰기”에 의혹/미궁속의 이정식씨 피살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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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직접 신고하고 체포당해/“범행에 제3인물 있었다”는 증언/수표 이서한 의원 관련여부 관심
자기집 안방에서 지난 15일 숨진채로 발견된 부동산거부 이정식씨(63) 피살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사건발생 직후 범인을 검거했다고 발표했으나 10여일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범행전모를 밝히지 못해 경찰은 일단 빚에 쪼들린 문광옥씨가 숨진 이씨의 부인 오연순씨의 부탁으로 이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들만의 범행으로만 보기에는 석연치않은 점이 많아 배후인물여부를 두고 축소수사라는 의혹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구속된 문씨는 당초 전세금 1천5백만원을 이씨에게 빌리러 갔다가 이씨가 부인 오씨와의 관계를 의심해 시비끝에 이씨를 목졸라 숨지게 했다고 자백했다가 나중에는 오씨로부터 10억원을 받기로 하고 오씨의 차 트렁크속에 숨어 이씨집에 들어가 청부살해한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문씨는 예비역 육군소령으로 부인 손숙자씨가 경영하는 수입품가게에 자주 드나들던 오씨를 통해 이씨와도 알게 돼 평소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밝혀졌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해결의 중요열쇠인 오씨의 범행동기를 분명히 밝혀내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씨의 경우는 부인 손씨가 최근 개설한 스포츠 마사지센터의 운영이 어려워 빚에 쪼들려오다 돈을 노려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오씨의 경우 이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10)이 있어 유산을 받을 수 있는데도 왜 서둘러 이씨를 청부살해까지 했을까하는 의문을 설득력있게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범행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였던 문씨의 부인 손씨가 ▲사건당일 오전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했음에도 병원에 가지않고 오씨와 함께 있었고 ▲이날 손씨가 오씨로부터 무언가를 받았다는 오씨 조카의 진술 ▲이씨피살 이틀후 오씨집 근처 비디오가게에서 오씨가 맡겨놓은 무언가를 찾아가려했으나 없어 되돌아간 점 ▲범행모의 현장에 함께 있어 이날밤 범행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말리거나 막으려하지 않았던 점 등으로 미루어 범행이후 금전문제와 사후처리 등을 맡은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경찰은 또 ▲문씨가 범행직후 인근파출소에 다투었다고 신고한후 체포때까지 도주하지 않은 점 ▲문·오씨의 1차진술이 서로 비슷한 점 등이 사전에 치밀하게 사전답사·사후대책까지 세워놓고 문씨가 범행을 혼자 뒤집어쓰기 위해 알리바이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한편 경찰은 ▲현장발견 당시 방안에 먹다남은 주스컵이 석잔 있었다는 이씨 둘째아들의 진술 ▲사건당일 이씨집 근처에 있는 손씨 전세방에 범행시간직전까지 제3의 인물이 있었다는 이웃주민들의 진술 ▲범행당시 문씨가 차고안에서 이씨의 승용차를 보지못했다고 진술한 점 등으로 미뤄 제3자의 개입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는 한편 ▲87년 이씨가 제주도 땅투기로 복역후 출소한뒤 부인 오씨와 그동안의 재산관리를 둘러싸고 불화가 잦았던 점 ▲최근 이씨가 부인 오씨소유로 돼있던 시흥의 양조장을 아들명의로 바꿔놓은 사실 등으로 미뤄 유산을 둘러싼 범죄일 것으로 추정하고 이씨소유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내용등을 중심으로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또 87년 손씨가 오씨로부터 받았다 돌려준 1천만원권 수표를 모국회의원이 이서했고 오씨가 범행직후 이 국회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출마한 지역근처로 잠적했던 사실을 밝혀내고 이 국회의원의 범행관련여부도 캐고있다.<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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