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미 FTA 타결' … 찬반 여전히 팽팽한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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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중앙일보와 KDI 대학원 갈등 조정.협상 센터는 지난 13일 4명의 국회의원을 초청, 한.미 FTA에 대한 국회의 평가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한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왼쪽부터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임종인 무소속 의원 순이다.[사진=김성룡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달 초 1년여 끝에 타결됐다. 그러나 아직도 반대론자들은 촛불집회를 열고 무효화를 주장하고 있고, 일부 국회의원은 협상안을 비준하지 않겠다고 벼른다. 타결이 끝났지만 정작 지금부터가 시작인 셈이다. 중앙일보와 KDI 대학원 갈등 조정.협상 센터는 한.미 FTA 타결안에 대한 국회의 평가와 향후 역할 모색을 위해 '의원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토론 초반부터 협상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반대론과 타결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찬성론이 팽팽히 맞섰다.

편집자

▶한·미 FTA를 보는 시각은
"선택 불가피" vs "대미 종속"

찬성론자들은 FTA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의 다자간 협정이 실패한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송영길(열린우리당) 의원은 "한.미 FTA에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세계 무역의 50% 이상이 FTA 국가 간에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한.미 FTA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가 일본과 먼저 FTA를 체결해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졌던 사례를 들며 "한.미 FTA를 통해 우리가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윤건영(한나라당) 의원도 "한.미 FTA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대론자들은 한.미 FTA가 우리 경제의 심각한 대미 종속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종인(무소속) 의원은 "FTA는 미국이 WTO 같은 다자주의 체제하에서 자국의 이익 관철이 어렵게 되자 시도한 것"이라며 "미국의 일방주의에 반대하며 FTA를 거부한 나라가 40여 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미 FTA 타결로 한국 사회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따른 공동체적 협력 체제를 포기하고 시장의 강제 동원에 따른 무한경쟁 체제로 내몰리게 됐다"고 진단했다.

▶한·미 FTA로 예상되는 피해
"대응책 마련" vs "양극화 심화"

양측이 추산하는 한.미 FTA의 피해 규모는 너무 달랐다. 심 의원은 "우리가 추산한 결과 한.미 FTA로 국민총소득(GNI)이 12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미 FTA로 양극화가 심화돼 서민은 절망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관세와 미국식 법.제도.관행을 교환해 우리의 독자적인 경제발전 모델을 포기하게 된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찬성론자들은 피해가 부풀려졌다고 하지만 이는 서로의 계산기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가령 정부가 주장하는 농업 피해 8000억원, 가구당 66만원의 피해에 누가 동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윤 의원은 "농업 부문 피해액 8조원은 터무니없는 수치"라며 "약값이 20배 올라간다는 현실성 없는 얘기로 국민을 자극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양극화는 한.미 FTA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성장 저하에 따른 분배의 악화 때문"이라며 "FTA를 통해 수출이 늘고 투자가 일어나면 일자리가 늘어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의원도 "농업 분야 피해는 우려된다"며 "그러나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대응한다면 한국 농업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추산하는 한.미 FTA의 피해 규모는 너무 달랐다. 심 의원은 "우리가 추산한 결과 한.미 FTA로 국민총소득(GNI)이 12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미 FTA로 양극화가 심화돼 서민은 절망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관세와 미국식 법.제도.관행을 교환해 우리의 독자적인 경제발전 모델을 포기하게 된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찬성론자들은 피해가 부풀려졌다고 하지만 이는 서로의 계산기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가령 정부가 주장하는 농업 피해 8000억원, 가구당 66만원의 피해에 누가 동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윤 의원은 "농업 부문 피해액 8조원은 터무니없는 수치"라며 "약값이 20배 올라간다는 현실성 없는 얘기로 국민을 자극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양극화는 한.미 FTA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성장 저하에 따른 분배의 악화 때문"이라며 "FTA를 통해 수출이 늘고 투자가 일어나면 일자리가 늘어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의원도 "농업 분야 피해는 우려된다"며 "그러나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대응한다면 한국 농업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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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로 기대되는 효과
"신성장 동력" vs "피해 불보듯"

찬성하는 쪽에선 한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송 의원은 한.미 FTA의 기대효과로 ▶미국 시장 선점 ▶중.일 편향적 경제구조의 해소 ▶외국인 투자 유치 ▶소비자 후생 증대 ▶자발적 구조조정을 통한 사회.경제적 비용의 감소 등을 제시했다. 특히 "대중 무역 흑자가 연간 200억 달러, 대일 무역 적자는 250억 달러 수준에 달할 정도로 중.일 편향이 대미 종속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며 "한.미 FTA를 지렛대로 삼아 '샌드위치' 국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도 "전 세계 FTA 체제하의 교역량이 40%가 넘는 데 반해 한국은 3.5%에 불과하다"며 "우리 경제가 관세.비관세 장벽에 숨어 세계시장에서 퇴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임 의원은 관세를 철폐한다고 국내 기업의 대미 진출이 활발해질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는 단기 투기성 자금 일색일 것이고, 약값 인상분 등을 감안하면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도 허구"라고 주장했다. 한.미 FTA로 안보 동맹을 강화한다는 것은 냉전적 사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도 "찬성론은 추상적 담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경제 통합을 선택함으로써 우리 경제가 자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비전의 싹이 잘렸고 ▶관세 철폐로 인한 이익보다는 국내 법.제도.관행이 미국화됨으로써 얻는 불이익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 협상 과정 평가는
"졸속 추진" vs "전략적 성공"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협상 과정 자체에 대한 불만도 컸다. 공청회 등을 통한 대국민 설득작업, 이해집단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대외적으론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불균형 협상이었고, 대내적으로는 통상비밀주의에 따른 비민주적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윤 의원은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 시한이 만료되면 협상 타결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미국의 일정에 맞춘 것뿐"이라며 "이것이 협상 결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송 의원도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것은 아니다"라며 "협정문 초안을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가 제시한 것과 통합 협정문을 영문과 한글 등 2개 국어로 만든 것, 마지막 협상 장소를 미국 외 지역에서 연 것 모두 한국이 처음"이라고 반박했다.

협상 절차에 대해선 시각차를 보였지만 향후 FTA 협상안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통상절차법의 제정에 대해선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재협상과 국민투표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임 의원은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하며 "재협상은 물론 협상 자체를 원천 무효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송 의원은 "국민에게 협상 타결 여부를 직접 묻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며 국민투표를 반대하고, 재협상도 "실익이 없다"며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정리=고란 기자

"한·미 FTA 갈등 시장경제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

한.미 FTA에 대한 찬반은 이해 갈등이 아니라 가치 갈등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를 둘러싼 찬반 갈등은 근본적으로 시장경제와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며 "개별 경제 주체의 이해관계보다는 두 가치관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한.미 FTA에 대한 의견 대립으로 표출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미 FTA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에 따라 시장경제주의와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찬성 쪽 의원들은 시장경제가 강화되고 한.미 동맹이 더욱 돈독히 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은 "시장경제의 우수성은 이미 입증됐으며, 북한 핵무장이라는 새로운 안보 상황이 생긴 만큼 경제적 협력 강화로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사회에 만연한 시장 근본주의가 오히려 문제"라며 "시장의 결함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공공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미 동맹은 냉전시대에 설정된 개념"이라며 "지금은 다자 안보 체제로 이관해 대북 억지력을 명분으로 설정된 불평등한 한.미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인 의원도 "시장 만능주의는 결국 힘센 사람만 살아남게 된다는 약육강식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면서 "한.미 동맹 강화에 동의하느냐가 아니라 미국의 패권주의.침략주의에 동의하느냐고 묻는 게 바른 질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은 "시장과 공공의 영역은 분리된 것"이라며 "둘을 잘 구분해 시장 중심의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동맹을 강화하자는 것은 미국의 논리에 끌려다니자는 게 아니라 남북 관계에 미국을 이용하자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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