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로 기업 이미지 심는다"|고객에 나눠주기 운동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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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꽃은 사랑! 사랑을 나누어 드립니다』『사랑으로 나누는 꽃씨』
거리에 봄빛이 완연한 속에 이와 같은 문구가 적혀있는 꽃씨를 나누어주는 기업이 늘고있다.
이처럼 꽃씨가 인기 있는 판촉물로 널리 이용되는 것은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꽃씨는 생명이 담긴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 기업은 고객들에게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이른바 광고 전략 차원에서의 이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봉숭아·과꽃·색동호박 등 대개 1년초인 이들 꽃씨는 파종 후 꽃이 피고 질 때까지 5개월 남짓 걸려 소비자들로 하여금 비교적 싼값으로 오래 기억하게 할 수 있는 판촉물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판촉물로 꽃씨가 등장한 것은 79년. 구두 제조업체인 비제바노가 일반 종묘상에서 꽃씨를 사다 앞면에 자사를 알리는 카드를 붙여 고객들에게 나눠주었다.
종묘 업체에 일괄 주문한 제대로 된 판촉물로 꽃씨를 등장시킨 것은 81년 후지 칼라가 처음이다. 그후 80년대 중반 기업체와 사회 단체 등에서 어린이날에 풍선에 꽃씨를 넣어 날려보내는「북한 동포에게 꽃씨 보내기」운동이 한동안 유행하다가 88년께부터 꽃씨를 판촉물로 나눠주는 기업이 하나 둘씩 늘기 시작했다. 기업체에서 판촉물로 나눠주는 꽃씨 1봉지는 대개 땅 1평에 심을 수 있는 양으로 봉숭아의 경우 30포기, 맨드라미 50포기, 수세미·색동 호박은 4포기 정도를 발아하는데 필요한 20∼5백개의 씨알이 들어있다.
꽃씨의 종류는 봉숭아·채송화·과꽃·접시꽃·색동호박·맨드라미·조롱박·수세미 등 다양하다. 꽃씨 봉지 뒷면에는 꽃씨의 특징·파종기·재배요령 등이 적혀있다. 꽃씨를 나눠주는 시기는 식목일 전후로 대개 3월 중순부터 5월초까지.
꽃씨를 나눠주는 기업체는 보험·은행·증권 회사 등 금융 회사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씨를 뿌려 꽃을 피운다는 꽃씨의 생리가 기업의 이미지와도 어울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잡지사·정유회사·운동화 제조 업체·백화점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1일 농협에 들렀다 조롱 박씨를 받은 김인자씨(45·주부)는 『우연히 씨앗을 받았지만 시골에서 자란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잘 키우겠다』며 활짝 웃는다. 이미 쁘렝땅 백화점은 1만5천 봉지, 대구 백화점은 3만봉지, 신발 제조 업체인 대한 화성도 30만 봉지를 나눠주었다. 삼성 생명은 25일까지 꽃씨 1백만 봉지를 고객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88년부터 꽃씨를 나눠주고 있는 농협은 이달 중으로 32만 봉지를 고객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며『행복이 가득한 집』『샘이 깊은 물』등 잡지사에서도 3월호 부록으로 꽃씨를 나눠주고 있다.
특히『행복이 가득한 집』은 88년과 89년에 이어 꽃씨를 나눠주고 꽃씨를 잘 가꾼 독자사진을 공모, 상을 주는 행사를 이번에도 가질 계획이다.
그밖에 국민은행과 신한생명이 이 달 말까지 꽃씨를 나눠줄 계획이고 국민생명·현대자동차·서울증권·호남정유·신한은행 등도 식목일을 전후해 고객들에게 꽃씨를 나눠준다.
판촉물 꽃씨 납품 업체인 중앙 종묘의 이장화 사장(40)은 판촉물로 꽃씨가 많이 활용되는 것은『꽃씨 1봉지 납품가가 90원으로 저렴한데 비해 받는 쪽 입장에서는 그 이상의 정성이 담긴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인 듯하다』고 말한다. 또 주변을 푸르고 아름답게 가꾸자는 최근의 사회 분위기와도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올해 기업체 판촉용 꽃씨 주문 총량은 지난해보다 50만 봉지가 늘어난 약 5백만 봉지로 불경기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양이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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