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물귀신작전」에 여 주춤/정주영대표 자격시비 어떻게 돼 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자후보 18명 문제삼자 한발 후퇴/국민선 “50명은 된다”“공작정치”역공
「체육동우회보」발행인 정주영 국민당대표의 정당인 및 국회의원후보자격 시비가 국민당의 기민한 맞불대응에 따라 여야후보자 21명의 자격시비로 확대되고 있다.
국민당은 23일 정대표의 자격을 두고 유권해석을 내릴 중앙선관위를 「안기부의 하수인」으로 몰아붙이는 광고를 일부 신문에 게재한데 이어 박태준 민자당최고위원등 여·야·무소속후보 20명의 자격을 문제삼아 선관위에 질의서를 냈다.
국민당이 문제삼은 후보는 민자당의 박태준(전국구·「철강보」) 김복동(대구동갑·「AMP동창회보」) 금진호(영주­영풍·「낙산회보」) 김만제(강남을·「회사사보」) 김채겸(울산군·「기술관리」) 이신행(구로병·「사보」) 황인성(무주­진안­장수·「아시아나」) 정상천(부산중·「경남중고동창회보」) 김현욱(당진·「외대동문회보」) 최형우(부산동래을) 정재철(속초­고성) 김영구(동대문을·이상 「동우회보」)후보 등과 민주당의 권노갑 후보(목포·「동우회보」),무소속의 이승무 후보(점촌­문경·봉명)등으로 민자당후보가 18명이나 된다.
이처럼 국민당이 「물귀신 작전」으로 나오자 당초 국민당을 「불법당」「위법당」으로 몰아붙이며 정대표의 자격시비문제를 호재로 삼았던 민자당은 『동우회보 내는게 뭐 언론인이겠느냐』『자격이 별 문제가 되겠느냐』고 한발 후퇴했다.
23일 오후부터 김윤환 민자당총장이 『최종결정은 선관위에서 내리겠지만 개인적으로 협회보나 동창회보 발행인은 언론인개념에 넣지 않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하는등 유연한 태도로 선회했다.
선관위측에서도 이번 정대표문제와 관련,선거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정대표의 전국구후보자격 박탈여부까지 심각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유권해석의뢰가 들어온 21일 당장 결정하지 않고 23일까지 소명기회를 준 것은 혹시 이로 인해 정치공작이라는 물의를 빚을까봐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권해석시간을 늦추는 바람에 오히려 민자당후보들도 대거 포함된 사실이 밝혀져 더 곤란하게 됐다. 그야말로 혹떼려다 혹붙인 꼴이 됐다.
국민당은 총선막판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정대표의 후보자격시비건이 터져 상당히 당황했으나 이를 오히려 호재로 삼아 역공의 반전을 멋지게 해낸 것이다.
국민당 한 관계자는 『이같은 사례는 50건은 충분히 된다』며 『앞으로 더 조사해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국민당은 지난 21일 민중당측에 의해 정대표의 자격문제가 공식 제기되자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법률해석을 벌이는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는데 하루만에 정대표건과 동일사례를 20건이나 찾아내는등 기민성을 발휘하자 정부기관에서도 국민당과 현대의 기민성에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국민당은 특히 정대표의 자격이 박탈될 경우 총선후 당구심점에 공백이 생겨 연말에 있을 대권전략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만큼 이번 파문을 「법적차원」이 아닌 「정치적 차원」으로 비화시킨다는 전략을 택했다.
이 사안을 정치쟁점으로 부각시켜 정부·여당측의 정치탄압을 역으로 선전했고 이르 대선선거전에까지 연결시킨다는 복안인 셈이다.
국민당은 이미 『이번 시비가 민중당측의 우연한 질의 제기에서 발단된 것이 아니라 안기부 공작정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등 대정부·여당에 대한 강도높은 역공을 펼치고 있다.
국민당은 특히 민자당의 박태준 최고위원,노태우 대통령 친인척 김복동·금진호씨등 「거물」을 걸고 넘어질 수 있었던 대목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쯤되면 선관위로서도 이 문제를 단순한 법적차원으로만 다루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고있다.
선관위가 최종 유권해석을 어떻게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각당의 관계자들은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전망대로 『후보자격에 문제 없음』이라는 결론이 취해진다면 문제의 발단이 된 언론인규정조항에 대해 엄격한 해석의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고 쓸데없는 정치규제조항들을 차제에 재정비해야할 것이다.<정선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