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 북돋우고 부정 뿌리뽑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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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사범 수사·재판 신속하고 엄정하게
17일간의 열전이 끝나고 유권자들의 심판은 내려졌다. 이제 모두의 관심은 그 선택의 결과에 가 있겠지만 우리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그동안의 선거전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냉철히 음미하면서 개선책을 모색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번 선거기간을 통해 우리들은 적어도 유권자들의 의식수준은 지난날의 선거와 비할수 없이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금품이나 향응의 유혹에 넘어가고,각종 사사로운 인연이나 지역감정에 이끌리고,눈앞의 작은 이해관계에 얽매인 유권자들도 결코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때 과거보다는 주권자로서의 사명감과 자존심을 지키려는 유권자가 크게 늘었음을 선거전 분위기를 통해서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선거를 거듭하면서 유권자들의 의식수준은 더 높아질 것이고 우리 선거풍토도 한 걸음 한 걸음 선진화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그러한 선진화가 세월에 따라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 각자의 의지와 의식적인 노력이 기울여져야만 된다. 사실 이번 선거분위기가 이만큼이라도 된데는 선관위와 각 언론,특히 공선협등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공명선거운동에 힘입은바 컸다. 이런 민간운동을 통해 공명선거의 의지를 다지고 확산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런 운동은 앞으로도 더 북돋우고 강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못내 아쉬운 점은 후보자를 비롯한 정치권의 낮은 의식수준이다. 정치권은 유권자들의 의식수준을 따라오지 못했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당선되고 보겠다고 갖가지 방법으로 유권자들을 유혹하고 스스로도 낯뜨거운 헛공약의 남발,지역감정의 자극,인신공격과 흑색선전을 서슴지 않았다.
관도 엄중중립을 지키지 못했다. 곳곳에서 공무원과 행정조직을 동원한 음성적인 선거운동이 펼쳐진 끝에 마침내는 안기부원들이 흑색선전 유인물을 뿌리다 적발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일부 군부대에서는 부재자투표가 공개적으로 행해졌다 해서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정치권과 관의 구태의연한 의식수준을 어떻게 선진화하고 공명을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장치를 갖춰 나가느냐 하는게 앞으로의 과제다. 이를 위해선 어떤 선거운동 과정을 통해 드러난 선거법의 불합리와 비현실성,선관위의 현실적 무력을 보완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법만으로도 하기에 따라선 부정을 뿌리뽑을 방법이 없지 않다. 현행 선거법은 일단 당선된 사람이라도 본인이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금고 또는 1백50만원이상의 벌금형을 받거나 선거사무장이 선거비용 초과지출·매수 등으로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았을 때는 당선을 무효로 하게 되어있다. 또 선거나 당선무효소송은 1심 6개월,2심 3개월,3심 3개월 등 1년안에 재판을 끝내게 되어 있다.
23일 현재 검찰이 적발한 선거사범은 6백33명,선관위가 적발한 탈·불법사례는 4백44건에 이른다. 이런 선거사범에 대한 검찰의 엄격한 수사와 신속하고 엄정한 재판으로 부정선거를 한 사람은 가차없이 의원직을 박탈하는게 중요하다. 그래야 당선만 되면 그뿐이라는 정치권의 안이한 의식과 어떤 수단으로든 당선만 되고보자는 불법·타락의 선거운동 양상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번이야말로 그 본때를 보여주자. 이제 선거혁명과 선진화의 열쇠는 선관위와 검찰,그리고 사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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