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대우 광고전으로 번진 감정싸움/총선 앞두고 눈길끄는 공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우,국민당·현대 대대적 선전에 맞불/그룹창업자간의 해묵은 앙금 폭발 인상
총선을 하루앞둔 23일 대우그룹이 중앙 전일간지에 당초 예정에 없던 그룹이미지 광고를 전면으로 게재함으로써 현대·대우의 감정싸움이 대대적인 광고전으로 번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대우그룹은 23일 그룹창업 25주년 기념사 전문을 서울지역 조·석간 전일간지에 전면으로 일제히 실었다.
『민족의 새역사 창조를 위해 다시 대장정이 시작됩니다』라는 제하의 이날 광고는 22일에 있었던 대우창립 25주년 기념식에서 김우중 회장이 연설한 기념사 전문을 실은 것이다.
이 광고는 당초 계획에 잡혀있지 않다가 기념일 전날인 21일 갑작스럽게 게재키로 결정되는 바람에 광고가 비교적 넘치는 선거철에 각 신문지면을 확보하느라 비상이 걸렸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국 일부 신문에는 실리지 못했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그룹 총수의 기념사를 전면광고로 밀어넣다시피 한데 대해 대우측은 『기획조정실에서 초안한 기념사내용이 알차니 기업이미지 광고로 신문에 내는 것도 괜찮겠다』는 김회장의 뜻도 있는데다 최근 재벌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곱지 않은데 대해 그간 대우가 경제발전에 기여해온 사실을 올바르게 알리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평소 전자·자동차 등 일부 제품광고 외에 지난 몇년간 그룹이미지 광고를 삼가왔던 대우가 최근 10억원을 들여 국내 기업광고사상 거의 유례없는 양면광고를 대대적으로 펼친데 이어 또다시 회장기념사까지 전면광고한데 대해 재계에서는 최근 국민당과 이에 가세한 현대의 광고 공세에 대우가 맞불 대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일고 있다.
이같은 시각은 김회장 기념사를 신문광고하기로 결정한 시점이 21일 오전 정주영 국민당대표가 김회장의 전날 기자간담회 내용(기업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지금까지 수의계약이 가장 많았던 기업은 현대일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격렬하게 비판한 직후인 같은 날 오후라는 점에서 더욱 신빙성을 더하게 하고 있다.
정대표는 이날 김회장이 20일 현대와 국민당을 비판한데 대해 『대우는 권력과 결탁해 사업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당을 비판하지 않으면 사업을 해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었다.
국민당은 이미 정책광고에 20억원을 썼으며 현대 역시 30억여원을 들여 사상 유례없는 기업광고 공세를 펴 국민당이미지 구축에 측면지원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
현대는 경제5단체의 현대비판성명에 대한 반박광고 이후 지난 19일 「올해 현대그룹 수출목표 1백20억달러,밖에서 벌어 안을 살찌운다」제하의 그룹이미지 광고를 낸데 이어 현대자동차·건설·정공·중공업·전자 등 계열사 광고시리즈 등으로 현대붐 조성에 나서고 있다.<홍승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