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명스런 운전학원 강사|정금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아지매요. 고개를 밖으로 내밀고 좀 보소. 또 틀렸잖능교.』
강사의 주문과 구박은 화살처럼 쏟아지고, 몸은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고, 등에선 진땀이 흐르고….』
『에이 이까짓 것 집어치우자. 내 돈주고 구박받고 이게 무슨 꼴이람.』
자동차 학원에 다니며 운전실습을 시작한지 꼭 1주일째가 된다.
길게 늘어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교습생들 중간중간에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도 꽤 많이 보인다. 강의시간이면 돋보기 안경을 걸치고 강사의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진지한 모습으로 청강하시는걸 보며 「너무 안일하게 생활해 왔구나」라고 새삼 느끼게 된다.
잠깐씩 쉬는 시간에 『할아버지 뭐 하려고 운전 배우세요』라고 내 옆에서 강의를 받고 있던 분께 여쭈어 보니 자식들한테 신세지는 것보다 트럭이라도 몰면 손자녀석에게 용돈이라도 줄 수 있고, 마나님과 여행이라도 마음놓고 다닐 수 있으면 이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겠느냐며 웃으신다.
젊은이도 운전을 배우려면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한데 예순이 넘어 보이시는 그 할아버지의 활기차고 생동감 있어 보이는 모습에 아낌없는 마음의 박수를 보냈다.
하루에도 몇번씩 강사의 꾸지람에 울컥 울컥 치미는 분하고 속상한 감정을 할아버지도 삭이는데 하며 스스로를 달래본다.
『아지매요. 뭐하능교.』퉁명스러운 강사의 목소리에 놀라 클러치에서 발을 떼는 순간 시동이 꺼져버린다.
『강사님, 죄송해요. 잘하면 뭐하러 학원에 배우러오겠어요. 1개월 정도 되면 나도 잘 할 꺼라고요. 너무 그렇게 야단치지 마세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분하고 야속해서 눈물이 핑 돈다.
왜 유독 운전교습소 강사들은 이다지도 퉁명스럽고 불친절할까. 따로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경북 봉화군 법전면 법전리390>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