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극우파(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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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재작년 북한을 방문,김일성 주석과 회담을 갖는등 북한­일본 국교수립의 선봉장 역할을 해온 가네마루(금환신) 일본 자민당 부총재가 20일 한 강연회장에서 총격을 받은 사건이 일어났다.
다행히 총알이 빗나가긴 했지만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이 한 극우단체의 회원으로 밝혀지자 가네마루 부총재는 『나에 대한 총격이 북한과 관련이 있다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일본 우익단체의 뿌리는 꽤 넓고 깊다. 일본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우익단체는 대략 8백40개나 되며 회원 수는 12만5천명 가량이다. 이중에서 경찰의 요주의 대상은 2만3천명 정도. 이들은 일본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설사 범죄라도 사양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 단체는 대부분 2차대전 직후 「천황」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과 반공·친미 등 편협하기는 하되 순수한 애국정신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자금난 등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닥치자 하나 둘 야쿠자 조직 밑으로 들어가기 시작해 지금은 우익단체들의 40%가 폭력조직의 하부단체처럼 되었다.
일본 우익 사상의 핵심은 이른바 「천황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한 예로 지난 88년 히로히토(유인) 일왕이 와병중일때 도쿄의 유흥가는 한창 흥청대야 할 연말대목을 조용히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이 유흥업소마다 돌아다니며 장사를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들은 조일신문 보도에 불만을 품고 지국을 습격했는가 하면,『천황이 전쟁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한 나가사키 시장에게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그래서 일본 사회에서는 「천황제를 지킬 것인가」 또는 「포기할 것인가」하는 한마디로 우익과 좌익을 구별할 수 있다.
이런 우익 가운데는 이름 있는 명사들도 적지않다. 작가 미시마(삼도유기부)는 자결 직전 동경대에서 천황에 대해 불손한 전공투 학생들을 비판했고,『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쓴 작가며 중의원 의원인 이시하라(석원신태랑)는 극우 패권주의의 「맹장」이다.
이같은 일본의 극우주의를 가리켜 국제정치학자들은 「전전의 세계 3대악」의 하나로 분류한다. 바로 독일의 나치즘,이탈리아의 파시즘과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손기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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