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인드 유산 되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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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후 얼마 안 돼 일본과 외교관계 개척에 나선 것은 우리 조상들의 능동적.대승적 자세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글로벌 마인드의 유산을 되살려 한.일 관계 개선에 앞장서겠습니다."

15일 서울 창경궁 명정전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재현 행사에서 정사(正使) 역을 맡은 박진(종로.사진) 한나라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조선통신사 400주년을 맞아 정사 역할을 맡으니 감개가 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통신사의 성신교린(誠信交隣)의 정신으로 21세기형 한.일 교류의 새로운 장을 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조선 국왕 역은 중견 탤런트 김기섭씨가 맡았다. 그 외에도 좌우 문무백관과 호위대 등 170명의 인원이 참가했다. 구경 나온 시민들까지 합하면 약 800명이 명정전을 가득 채웠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인사동에서 조선통신사 행렬을 펼쳤다.

식전 행사에서 조선통신사 문화사업회장인 허남식 부산시장은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왕래했던 200여 년간 양국 간 평화와 문화 교류가 절정을 이뤘다"며 "통신사 임명식은 그 장정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중의원 5명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전 문부과학상) 의원은 "드라마 '겨울연가'와 '대장금'의 빅 히트 이후 일본에선 한국의 역사와 전통이 큰 관심사가 됐다"며 "조선통신사를 알면 알수록 양국 간에 오랜 우호의 역사가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1711년 숙종 때 조선통신사로 갔던 정사 조태억의 9대 손인 조동호(76)씨는 "당시 험한 풍랑을 가르며 6~7개월 걸려 일본을 다녀왔던 기록이 문집에 남아 있다. 호가 겸재였던 선조는 일본에서만 평천(平泉)이란 호를 썼다. 평화의 샘이라는 뜻인데, 두 나라도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행사장을 찾은 일본 유학생 야마구치 유카리(22.여)는 "국제관계학이 전공이라 관심이 많다. 이런 행사가 21세기에도 한.일 양국을 잇는 다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소영.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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