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신청 늑장공시/소액투자자들만 큰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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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90년후 해당 10개사 제때안해/「불성실」지정외 제재없어 악용/대주주들은 정보빼내 한발앞서 주식처분
상장사가 사실상의 부도인 법정관리를 신청하고도 이를 곧바로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아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90년 9월 대도상사의 법정관리신청이후 지난 11일 삼호물산에 이르기까지 10개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 신청 당일 이 사실을 「중대공시사항」으로 증권거래소를 통해 공시를 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일부 대주주나 특수관계인들은 법정관리신청이란 내부정보를 이용,재빨리 보유주식을 처분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중견 식품업체 삼호물산의 경우 지난 11일 법정관리신청을 했으나,증권거래소를 통한 공시는 재산보전처분결정이 내려지고(18일 오전 10시) 이같은 사실이 보도돼 널리 알려진 18일 오후 3시40분 무렵에야 이뤄졌다. 특히 이 회사 주식은 평상시 1만∼2만주정도 거래됐는데,법정관리신청 이틀후인 지난 13일에 15만5천주,17일에는 29만2천2주나 거래돼 증권거래소가 매매거래에 대한 심사에 들어갔다.
이 회사 조원호 사장은 지난달에 보유주식 2천주를,김부남 전무는 법정관리신청 직전인 지난 3∼6일 1천1백40주를 각각 매각했다.
같은날 법정관리를 신청한 논노도 증시에 12일부터 소문이 퍼져 증권거래소로부터 매매거래중지를 당하는 가운데서도 공시를 하지 않은채 버티다가 재산보전처분 결정이 받아들여진 16일에야 공시했다.
논노의 주가는 법정관리신청 5일전인 6일부터 까닭도 없이 4일동안 상한가를 기록,62만7천주가 거래됐다. 신청당일인 4일에도 상한가를 보이며 15만8천주가 거래됐다. 따라서 일부 투자자들은 6∼11일 주가가 계속 오르니까 영문도 모르고 휩쓸려 주식을 샀다가 관리종목으로 편입되는 바람에 손해를 보게된 셈이다.
현행 규정상 이같이 공시를 늦게 해도 증권거래소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할뿐 다른 실효성있는 제재가 없다. 허위공시를 해도 검찰에 고발돼 5백만원의 벌금을 물뿐이다.
제때 공시를 하지 않는 기업과 경영주에 대한 실효성있는 제재는 물론 허위공시를 했을 경우에는 투자자들이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시급하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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