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외래환자 차례기다리는 일 없다(존스홉킨스 통신: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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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약속된 시간에 병원가면 간호사 안내로 진료/1주일마다 환자 통보… 전공의 공부 충분/전미선 존스홉킨스의대 방사선암과 교수
얼마전 미국 동남부지역에서 열린 방사선 암학회에서 돌아온 이튿날 출근했을때 팔순이 넘은 한국인 부인암 환자가 그날 진찰받을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잘 치료해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볼티모어,워싱턴지역에는 3만명이상의 한국교포가 살고 있어서 그런지 2∼3개월에 한번씩 한국인 환자를 진료하게 된다. 대부분의 한국인 환자는 이 지역에 이민와서 정착해 사는 분들이고 1년에 한사람꼴로 한국에 사는 사람이 여러 이유로 찾아오기도 한다.
마침 환자가 많은 날이고 다른 학회에 출장간 동료교수의 환자를 보는 전공의의 환자진료까지 지도해야 했기 때문에 이방,저방의 진료실을 드나들다가 그 할머니 방에 들어섰다. 환자는 보호자인 며느리와 외래진료과정을 거치면서 미국인 간호사와 전공의에게서 많은 질문과 치료방법과정설명을 들은후 이제 전문의의 간단한 진찰을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는 나를 보자 반가움과 놀라움이 겹쳐진 표정을 지으면서 『아가,내가 죽겠냐. 언제 죽겠냐』했다. 오래간만에 할머니의 소박한 말투를 접하면서 잠깐 나는 간호사와 전공의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한국말을 모르지,또 내가 나이보다 어리게 보이니까.』그리고 그자리에서 잘 설명을 해드린다음 정성껏 진료를 했다. 미국에서의 답답한 이민생활을 이해하면서….
이곳의 진료관습중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대학병원의 외래진료관행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환자가 복도등 대기공간에서 기다리다가 차례가 되면 의사의 진료실로 들어가 진료를 받고 병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후 검사지와 방사선촬영·처방전 등을 받아들고 뒤에 기다리는 환자때문에 초조해하는 간호사의 눈빛에 밀려 쫓기듯이 진료실을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미국에서의 외래환자는 약속된 시간에 병원에 가서 진료실의 사정에 따라 길어야 30분정도를 기다린후 배정된 빈 진료실에 간호사와 함께 들어간다. 간호사는 환자의 혈압·체온·맥박 등을 재고 환자가 진찰을 받은 병명에 따라 탈의를 시킨후 간단한 겉옷을 주어 몸을 가리게 한후 환자의 병력기록을 진료실 밖의 벽에 있는 함에 넣어두면 전공의가 방에 들어가 자신을 소개하고 아픈 병력을 묻고 전신에 걸친 신체검사를 하고 치료방법과 병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환자의 질문을 받고 설명해준다.
보통 그주에 진료할 환자에 대한 질병명과 환자인적사항이 1주일 단위로 월요일에 일괄통보되므로 전공의는 환자의 질병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공부할 시간이 충분하고 모를 경우 필자에게 질문해 보충하기도 한다.
전공의의 진료가 끝나면 설명을 듣고 교수급의사들이 환자의 진료실에 들어가 전체를 총괄해서 설명하고 몇가지 치료법중 환자의 뜻을 참조해 치료방침을 정한후 진료를 끝낸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초진환자의 경우 어림잡아 1시간 또는 그 이상이 된다. 물론 진료시간이 많은만큼 보험에서 수가도 충분히 보상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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