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구간 신 20개 "기록 잔치"|막 내린 경호역전마라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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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 마라톤에도 바야흐로 봄이 오고 있다.
유례가 드문 20개의 소구간 신기록 수립, 예년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신예 유망주들의 대거 등장, 연도 주민들의 열화 같은 성원 등.
분명 한국 마라톤은 이제 더 이상 비인기의 소외 종목은 아니라는 것이 이번 제22회 경호역전마라톤 대회에서 확인됐다.
20개의 많은 소구간 신기록이 쏟아진 것은 각시도가 장래가 촉망되는 예비 마라토너를 많이 발굴, 육성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시도간의 경쟁 못지 않게 이들 신예 스타들이 펼치는 기록 경쟁도 치열해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들 중 이번 대회 최우수 선수상을 받은 서울의 고정원 (구로고 3)과 우수상의 정만용 (고성동광농고 2)은 단연 군계일학격. 고정원은 광주∼전주의 제2구간에서 마의 구간인 원촌∼풍촌 제6소 구간에서 종전 기록을 6년만에 26초나 단축하며 우승하는 등 발군의 기량으로 출전한 4개 전구간에서 우승, 서울의 우승 고지 탈환에 일등공신이 됐다. 그러나 육상인들이 주시하는 재목은 우수상을 받은 정만용. 정은 소속팀 강원이 3위를 하는 바람에 아깝게 MVP자리는 놓치고 말았지만 이번 대회가 발굴한 최고의 스타라는 육상인들의 일치된 견해. 1m72cm의 키에 천부적인 스피드와 지구력이 뛰어난 정은 이미 l만m에서는 기성 선수의 스피드인 29분대에 진입한바 있는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예비 마라토너.
이밖에 임준일 (서울체고 3) 김광호 (경남공고 3) 배재봉 (오산고 3) 정지문 (인천대헌공고 3) 손해범 (세광고 3) 이동길 (논산공고 2) 차해환 (전북체고 3) 박여진 (목포기공 3) 오영호 (광주체고 3) 김종호 (경남체고 3) 그리고 최종 소구간에서 우승한 이성선 (서귀고 3)등도 이번 대회가 배출한 내일의 한국 마라톤을 이끌 유망 신인들이다. 이번 대회는 특히 상위팀간의 상향 평준하가 두드러져 초반부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가 최종일 골인직전까지도 이어졌다.
서울·경기는 닷새간 매일 선두자리를 주고받는 「피 말리는 접전」을 펼쳤으며, 다크호스로 부상한 강원은 선수간의 기량차로 3위에 오르는데 만족해야 했으나 내년에는 당당히 선두를 위협할 팀으로 인정받았다. 이같이 유망 신인들이 전에 없이 대거 배출된 것은 경호역전마라톤이 22년의 연륜을 아로새기면서 명실공히 한국 마라톤의 예비 동량을 길러내는 온상으로 자리잡았음을 대변해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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