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문 내리고 “기자면 다냐”(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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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선관위도 필요없어. 압수수색영장을 가져오기 전까지는 절대로 문을 열어줄 수 없어.』
13일 오후 4시 서울 북아현동 새마을금고앞.
굳게 내려진 출입문 셔터를 사이에 두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기자들과 이를 막는 직원들 사이에 심한 승강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 지역이 속해있는 서대문갑은 선거공고전부터 과열의 조짐을 보이던 3·24총선 최대격전지중의 하나.
민주당 김상하 후보측 운동원이 우연히 민자당 당원들끼리 휴대용 가스버너를 주고 받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민주당측은 민자당 강성모 후보가 사장으로 있는 린나이코리아 가스버너제품을 새마을금고안에 쌓아놓고 지역주민들에게 헐값에 나눠주고 있다고 언론기관등에 제보했던 것.
『할인판매기간도 아닌데 싸게 파는 것은 불법선거운동임이 틀림없습니다.』
제보를 받은 기자들이 현장에 출동해 새마을금고 건물안으로 들어가 이를 확인하려 하자 어디선가 그레이스승합차 한대가 나타나 건장한 청년 10여명이 내리더니 다짜고자 기자들의 멱살을 잡고 『야 ××놈들,목숨 아까운줄 알아』『기자면 다냐,니까짓 것들 겁나지 않는다』며 폭언과 주먹을 휘둘렀고 출입문셔터가 급히 내려졌다.
이들은 민자당 청년당원들로 이들중 간부로 보이는 한 사람은 『동대문 번개가 내 친구』라고 호언한뒤 『기자 ××들 때문에 민주주의가 안돼』라며 기자 망국론까지 들먹였다.
이로부터 3시간이 넘도록 내려진 셔터는 올라갈줄 몰랐고 민자당 서대문갑 당무협의회장인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어디론가 종적을 감춰버렸다.
경찰·선관위·공선협 관계자들까지 동원되고 나서야 비로소 문을 연 사무실안에서 문제의 가스버너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왜 오랫동안 공개를 꺼렸는가 하는 질문엔 『금고에 있는 현금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답해 같이 있던 경찰관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다.<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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