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가를 위한 판화전문서 낸 김구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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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사진=김형수 기자]

"판화가 보급은 많이 돼 있지만 관련 지식을 제대로 갖춘 사람은 드물어요. 액자를 잘못해서 작품을 망치는가 하면 오리지널과 복제품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소장가를 위한 국내 최초의 판화 전문서 '판화 collection'(서문당)을 펴낸 원로작가 김구림(71)씨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국, 프랑스, 일본의 자료를 모아 3년에 걸쳐 집필했다"고 밝혔다. 양장본 386쪽의 책은 100여 장의 도판과 각종 상세 정보가 들어있는 '꽉 찬'정보서다. '전문가와 애호가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충실하고 자세한 전문도서'라는 평가다.

-오리지널과 복제 판화 차이는?

"원판을 만드는 데 작가가 직접 관여한 작품만이 오리지널 판화입니다. 작가가 그림을 넘겨줘서 원판부터 공방에서 제작하는 건 복제 판화라고 하지요. 이건 예술작품이 아니라 감상을 돕는 인쇄물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작가가 사인해서 오리지널처럼 파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복제품은 어떻게 구별합니까.

"공방에서 원판을 만들어서 찍은 '복제 판화'는 외견상 오리지널과 구별하는 건 불가능하지요. 다만, 정밀한 인쇄물을 판화와 구별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루베(고배율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인쇄물은 그물 같은 망점이 보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단, 유리가 덮인 상태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반드시 꺼내서 실물을 살펴 보아야 합니다."

-표구나 관리를 잘못해서 작품을 망치는 경우를 알려주세요.

"우선, 판화가 찍힌 종이의 여백도 작품입니다. 그래서 판화는 종이 크기와 그 속에 들어간 이미지의 크기를 반드시 기록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액자를 하면서 여백의 종이를 잘라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판화 종이가 그런 것처럼 표구할 때 쓰는 풀이나 매트, 테이프도 모두 산처리가 된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좀이 먹거나 작품에 얼룩이 생기게 되지요."

김씨는 한국 전위미술의 대표적 인물로 유명하지만 현대 판화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미국 뉴욕의 'Art student league'에서 회화와 판화를 전공했고 일본 도쿄에서 판화를 수학했다. 파리 비엔날레, 도쿄 판화비엔날레에 한국 대표작가로 출품했고 1981년 한국 최초의 판화공방을 만들기도 했다. 현재 홍익대 대학원에서 판화를 강의 중이다.

글=조현욱<poemlove@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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