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구리 소년 어디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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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실종 1년… 수색에 동원된 경찰 20만명/부모들 전국곳곳 뒤지며 눈물의 나날
이 기막한 수수께끼,언제 풀릴 것인가. 해가 바뀌고 경칩이 지났지만 개구리의 울음소리는 총선열풍에 지워져 아무도 듣지 못하고 있지나 않은지­. 다섯 「개구리 소년들」이 사라진지 1년이 됐다.
『아이들이 실종된후 전국 주요도시는 물론이고 첩첩산골·외딴섬에 이르기까지 안가본 데가 없습니다. 살았는지,죽었는지….』 아이들의 부모들은 경찰이나 기자등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기초의회의원 선거일이던 지난해 3월26일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며 집을 나간 대구시 이곡동 다섯 어린이 실종사건은 1년이 지나고 있으나 지금껏 생사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채 14대총선의 어수선한 사회분위기 속에 묻혀 미궁에 빠져있다.
동네 인근의 와룡산에서 실종된 어린이는 우철원군(14·성서국교 6년)과 이웃 조호연(13·5년),김영규(12·4년),박찬인(11·4년),김종식(10·3년)군 등 5명.
『이 세상 어디엔가에 살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속에 비관도,낙관도 할수 없는 수색과 수사만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사건발생 이후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동원된 경찰은 줄잡아 20만명.
단일 실종사건으로 경찰사상 최대의 인원동원과 최장수사 기간을 기록했다.
경찰은 그동안 4만4천여명의 병력을 동원,와룡산을 중심으로한 주변 산악지대를 1백25차례나 수색하고 선원지등 4개 저수지의 물을 빼낸 뒤 잠수부까지 동원,저수지 바닥을 일일이 훑었다.
성서국교 화장실·농수로·맨홀 등 모두 6백88곳에 대한 안전사고와 사체유기의 가능성을 수사했으나 아무런 단서를 잡지 못했다.
경찰수사뿐 아니라 전국에 뿌려진 전단만도 7백36만5천장. 88담배 1천만갑에는 실종 어린이들의 사진을 넣어 발매했고 72차례의 TV방송과 상품광고 및 포장지 1천3백66만장에도 이들을 찾기위한 캠페인을 벌여 세인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현상금도 각계의 성금이 모아져 당초 2백만원에서 4천2백만원에 이르는등 「개구리 소년」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들이 다니던 성서국교에서는 새학기를 맞아 학교정문에 『와룡산 개구리야 대답좀 해다오. 어디에 있을까,우리들의 친구』라는 대형 게시판을 내걸고 이들을 안타깝게 기다리고 있으나 모두 지난해 새학기를 맞은지 불과 20여일간 밖에 수업을 받지 못해 유급된 상태. 특히 6년생이던 철원군은 지난달 19일 있은 제58회 졸업식에서 졸업장도 받지 못해 정문곤 교장(59)등 교직원들과 학우들의 마음을 다시한번 긁어놓았다.
『우리 아이들과 비슷한 어린이를 보았다는 전화가 걸려 왔을때 어디든지 안가본데가 없으나 그때마다 아이들의 모습은 커녕 허탈감에 사로잡혀 견딜수 없었다.』 종식군의 아버지 김철규씨(38)의 말은 차라리 절규에 가깝다.<대구=김선왕·홍권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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