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위원회 있으나 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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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시내 구청별로 운영되고 있는 각종 위원회가 필요 이상으로 난립해 있고 관련 공무원과 지역 유지 위주로 구성돼 공평성과 전문성을 잃은 채 당초 취지와는 달리 행정기관의 보조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현재 일선 구청에는 30개 안팎의 위원회가 설치돼 있으나 최소한의 구실을 하는 것은 7∼8개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대부분의 위원회가 지역유지를 위한 감투용이라는 소리도 높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각 구청에는 민원심의·건축 민원조정·도시계획심의·광고물 관리심의·보상심의·도시정비자문·보육위원회 등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한 21개 위원회(또는 협의회)와 시장·구청장의 훈령이나 방침에 따라 설치한 공해감시·교통민원신고심의·이웃돕기 운영위원회 등 7∼10개 위원회를 포함, 대부분 30개 안팎의 위원회가 설치돼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이해와 관련돼 공평성이 절대 중요한 상당수의 위원회에 관련부서의 국장·과장·계장 등 공무원들이 전체위원의 70∼80%를 차지, 위원회의 심의가 공무원들이 이미 결정한 사안을 재추인하는데 그쳐 관련 민원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실제로 계약심사위원회의 경우 공무원 7명·민간인 2명, 건축심의위원회는 공무원 5명·민간인 2명, 보상심의위원회는 공무원 15명·지주 7명의 구성비율을 보이고 있다.
또 의사진행 및 최종결정을 내리는 위원장의 경우도 전체 30개 위원회 중 25개 위원회가 구청장·부구청장·담당국장이 맡고 있으며 아동협의회 등 행정결정과 무관한 5개 위원회만이 민간인이 위원장으로 돼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공해감시위원회와 자연보호협의회, 생활보호위원회와 이웃돕기 운영위원회, 체육회와 체육진흥협의회 등 활동분야가 거의 같은 위원회들이 중복 설치돼 문제를 낳고있다.
일반시민을 위원으로 위촉하는 과정에서도 구청 측이 손쉽게 접하고 구청과의 관계가 원만한 지역유지·여성단체 대표들을 중심으로 선정한 탓에 민간인 한사람이 평균 2∼3개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되고 있다. 강서구청의 경우 모 인사가 무려 7개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돼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불필요한 위원회를 줄이고 위원 구성의 공정성을 높이는 등 위원회 제도를 대폭 정비할 계획이나 일선 구청과 유지들의 상당한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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