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록카페 급속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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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학가에 왜색문화인 「록카페」가 급속히 확산, 젊은이들의 새로운 품속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록카페는 카페와 생맥주집·디스코장을 결합한 형태의 술집.
카페의 아늑한 분위기에서 생맥주를 마시다 흥이 나면 격렬한 록음악에 맞춰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춤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록카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록카페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노래방」과 함께 90년 말 일본에서 들어와 부산 등 남부지방에서 첫 선을 보였다.
지난해 초 대학들이 밀집한 서울신촌에 모습을 드러낸 록카페는 1년여만에 압구정동과 고대·숙대 앞 등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또 록카페의 고객들도 대학생에서 회사원·공원·고교생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성업중인 업소만도 신촌 30곳 등 서울에만 60여곳에 이르며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록카페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있는 이유는 같은 자리에서 술과 「가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편리함과 함께 싼 가격 때문.
생맥주·코피 등의 가격이 시중 카페·생맥주집 수준으로 디스코장이나 나이트클럽에 비해 훨씬 싸다.
그러나 록카페의 확산에 대해 일부에서는 「퇴폐적 왜색문화」라며 호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도 『록카페는 건전한 대화의 장을 사라지게 하는 저급문화』라며 추방운동을 벌이고 있는 실정.
이 같은 비판적 여론에 밀려 행정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구청 단위별로 단속반을 편성, 록카페에 대한 정기적인 단속을 펴고 있다.
일반 대중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아 영업하는 록카페에서 일체의 가무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 행정당국의 단속 근거다.
그러나 록카페는 단속의 눈길을 피해가며 여전히 성업중이다.
24일 오후 10시, 신촌 K록카페 입구에 종업원 2명이 무전기를 들고 서서 구청의 단속에 대비하고 있었다.
「뉴키즈 온 더 블록」의 『투나잇』이 고막을 찢는 듯 강하게 물러 퍼지고 있는 20평 남짓한 공간에서 남녀 30여 명이 괴성과 함께 격렬하게 몸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자욱한 담배연기가 어두운 조명 때문에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메뉴는 생맥주(1천㏄ 한잔에 3천원)·코피(2천원)부터 소주칵테일·고급 양주까지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생맥주 몇 잔과 간단한 마른안주를 주문했다.
10시30분쯤, 종업원 1명이 뛰어들어와 『구청 단속이 시작됐다』며 손님들을 자리에 앉게 하고 음악소리를 낮췄다.
5분 뒤 단속반이 그냥 지나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또다시 「헤비메틀」음악이 흘러나왔고 남녀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테이블 주위를 돌며 춤을 추었다.
이들은 거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고 상당수가 짧은 머리에 발목까지 올라오는 짧은 바지 등 왜색풍의 옷을 입고있어 일본에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1주에 2∼3번 정도 이곳에서 친구를 만난다는 김모양(21·H전문대2)은 『싼값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 이곳만큼 좋은 공간이 없다』고 록카페의 장점을 설명했다.
김양은 또 『록카페가 퇴폐업소라는 지적도 있지만 디스코장이나 나이트클럽보다 건전하다』며『잘만 활용하면 젊음의 열기를 발산할 수 있는 좋은 문화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세대총학생회는 지난해 9월말 록카페의 퇴폐성을 풍자한 그림을 들고 신촌일대를 돌며 록카페 추방운동을 벌이는 등 록카페 확산에 대한 우려의 소리도 높다.
연세대생 김모군(22)은 『록카페는 욕구불만을 여과과정 없이 배설하듯 표출하는 건전하지 못한 왜색문화』라고 비판했다.
박군은 또 『록카페의 확산은 대화의 기회를 점점 줄어들게 해 대학문화를 폐쇄적이고 퇴폐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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